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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Feb 28. 2023

2박 3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 할매재첩국 / 스트럿커피 / 바게트제작소

 몰타에서 만났던 친구가 창원 주민이라 부산이 가깝다며 만나기로해 조용히 부산 혼자 여행을 계획했는데 친구가 함께 가자며 급 호캉스가 되어버렸다. 비행기랑 호텔 가격 적당하면 예약하라 했는데 이ㄴㅁㅅㄲ가 적당하지 않은데 후딱 예약을........

 진짜 호텔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원래 가고 싶었던 조선 어쩌고 호텔은 백만 원 이상이었고 그나마 타협한 곳이 파라다이스호텔이라나. 큰돈 지출이라 짜증이 났지만 이미 쓴 돈 즐기기로 했다.

 파라다이스 호텔은 스파가 유명한지 스파 패키지가 함께였다. 하루에 스파와 헬스장 수영장을 각 한 번씩 이용할 수 있다. 하루 종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해운대역에 도착하자마자 고래사어묵을 뿌시고 호텔 체크인하고 바로 스파로 달려갔다. 마침 부산 기온이 2도로 떨어져서 야외 스파 하기 더욱 좋은 날씨였다. 위 공기는 차갑고 물은 뜨겁고.

 스파 후 나가서 술도 한잔하며 밥을 먹으려 했는데 몸이 너무 노곤해져 돈을 쓴 김에 더 쓰기로 했다. 바로 룸서비스! 치킨도 햄버거도 감튀도 맛없을 수 없긴 하지만 짱맛! 친구 말론 ㅅㄹ호텔은 당연히 맛있을게 맛없고 핵 비싸서 충격받았단다. 파라다이스는 그에 비해 저렴하고 맛있다며 극찬하고 저 모든 것을 다 먹었다. 탄소를 마구 소비 중이라 마음이 불편했지만 돈을 쓰니 방 밖은 바다고 방에서 밥도 먹고 몸도 노곤하게 지졌다. 하 악마 같은 자본주의.

 호텔비를 뽕 뽑으려면 모닝 스파를 가야 한다. 아마 친구가 깨우지 않았음 안 갔을 건데 막상 가니 해운대 바다가 뻥 뚫리게 보여 기분이 상쾌했다. 몸은 따시고 머리가 시원하니 정신이 맑아지며 혈액이 돈다. 이래서 아침에 반신욕 하나? 하며 잠들었다.

 그렇게 시간 꽉꽉 채워 퇴실한 후 날씨가 너무도 좋아서 아침밥도 거르고 따뜻한 소이라테 한 잔을 사서 해운대 바다를 감상했다. 구름 없이 맑은 날, 비록 겨울의 바다라 바람 싸대기는 있지만 햇살이 이미 봄이라 뜨겁고 따뜻했다. 아까 스파와 같은 느낌이 난다. 머리는 시원하고(바람 귀싸대기) 몸은 햇살 받아 따뜻하고 정수리에 박힌 해 때문에 바다가 반짝인다. 해운대 해변 진짜 감동적이게 예쁘다.

 일광욕을 충분히 즐기고 나니 콧물이 나서 늦은 아점을 챙겨 먹었다. 저녁에 기름진 음식으로 장을 더럽혔으니 아침은 깔끔하게 전복죽! 외국인이 많은 곳이라 걱정했는데 반찬과 죽이 깔끔하게 나온다. 가격은 14,000원. 기장끝집은 같은 가격에 솥으로 죽이 나와서 양이 비교됐지만 여긴 해운대니까 이 정도면 싼 거다.

 해운대에서 고급 지게 1박 2일을 보내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생각한 광안리로 넘어왔다. 하지만 광안리도 지난여름보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 일단 숙박비 평균가가 5만 원 이상 전부 올랐고 새 건물과 재개발 또는 전 세계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식비는 만원 ~ 만 오천 원대로 전부 올랐다.

 그래도 먹어야지! 민락더마켓에 7천 원짜리 아이스크림도 먹고 고릴라브루잉에 새로 나온 흑맥주도 마셨다. 땅콩향과 카카오향이 가득한 흑맥주. 도수가 7도로 높은 편인데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다. 흑맥주 이름도 아주 재미있다. 앤드리스러브 ㅋㅋㅋㅋㅋㅋㅋㅋ 오글거리는 맥주는 안 취한다고 3잔을 먹고 깝치다가 결국 낮부터 개취했다. 숙소에서 한숨 때리고 친구는 일정이 있어 안산으로 떠나고 나만 부산에 남았다.

 부산에서 세 번째 날, 광안리에서 머문 B&B 숙소 컨디션이 별로였고 숙취도 심해 얼른 퇴실을 하고 할매재첩국에서 재첩 한 상을 시켜 아점을 먹었다. 보라언니가 찐 맛집이라며 추천해 준 곳인데 으르신부터 애들까지 핫플레이스였다. 재첩국은 숙취에 최고였고 반찬도 깔끔하게 나온다. 개인적 취향으론 쌈과 강된장, 고등어 조합이 개 꿀맛이었다.

 오후엔 해운대에서 창원 친구와 약속이 있어 다시 이동했다. 역 가는 길엔(금련산역 쪽) 광리단길이 생겼다. 대부분 빵집과 디저트, 옷 가게나 소품샵이고 젊은 사장님들이다. 지금 저 종목이 과포화 상태인데 장사가 잘 되는지 의구심도 들며 ~리단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해운대&기장이 돈이 많아야 예쁜 바다를 보며 신나게 힐링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광안리도 (해운대보다 바다는 안 예쁘지만, 원래도 비쌌지만) 어느 정도 돈을 지불해야 놀 수 있는 곳이 되어 이 거지는 슬펐다. 이제 부산에 올 때 돈을 두둑이 해서 와야 한다. 하루 만에 다시 온 해운대에서 머물 호텔은 없기 때문에 물 한통 사서 모래밭에 대충 앉아 바다를 감상했다. 바람 싸대기는 여전했지만 햇살이 주는 따스함에 자꾸 잠이 온다. 마침 창원 친구가 적절한 시간에 와서 잠도 깰 겸 같이 바다 산책도 하고 해리단길에 가고 이야기를 나눴다.

 해운대에서 놀다 전포 카페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전포동은 부산 젊은이 핫플레이스였다. 전포 거리가 대부분 힙해져서 구역도 4개이나 있다. 월요일 낮인데도 길게 줄 서서 먹는 밥집도 많았다. 특히 햇님언니덕에 대박 난 이재모피자 줄 엄청 길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은 도라보울의 삿포로식 카레 스튜였다. 적당히 매콤한 카레, 신선한 야채와 따뜻한 흰밥을 함께 먹었다. 속도 편안하고 야채맛을 잘 살려주는 스튜 졸맛탱이다.

 식후는 커피! 서씨가 부산에 있으면 꼭 가야 한다고 3번이나 강조한 스트럿 카페에 왔다. 창원 친구도 전포 자주 오는데 이곳 위치는 처음이라며 함께 가줬다. 카페는 서씨 픽이지만 내 맘에도 들었다. 일단 식물을 죽이지 않는 카페였고(핵 중요) 로스팅과 커피에 자신감을 보이는 저 구조를 보아라! 그리고 인테리어와 컵, 테이블까지 깔 맞춤. 오늘의 집에서 힙+고가에 파는 제품과 화장실엔 르라보 손세정제, 커피는 깔끔하며 과일향 풍미를 준다. 라테엔 범산목장 유기농 우유를 쓰고 비정제 설탕을 쓴다. 힙함깔끔건강함. 베리 나이스! 사장님이 세심하게 신경 쓴 곳 많아 장사하기 힘드실 듯. 하지만 고객 입장은 너무 좋습니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 전포에서 기념품으로 바게트 제작소의 스콘과 바게트를 사고 부산역으로 갔다. 바게트 맛집인데 빵을 타듯이 구워서 별로였지만 스콘이 부슬부슬하고 버터 맛도 적당해서 맛있었다.

 2박 3일 일정으로 돈 왕창 쓰고 온 부산 여행. 다음엔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스파는 너무 좋았지만 앞으론 탄소를 절약하는 방안으로 여행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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