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린 언니가 수요일에 일찍 끝나서 교토 오미야게(여행선물)을 줄 겸 용인 구성역 근처 채식뷔페에서 만났다. 채식뷔페는 처음인데 언니네 엄마와 자주 들르던 꽤나 오래된 식당이라고 한다. 지금은 아파트가 여기저기 있지만 언니의 중학교 시절엔 꽤나 시골이었단다.
식당 입구와 창가엔 흔둥이 식물이 대품으로 크고 종류도 많았다. 특대품 사이즈의 식물을 보니 식당의 세월이 느껴졌다. 이곳 채식 식당에 엄청난 드루이드가 살고 있다.
우리 테이블이 식당 전체의 연령을 낮춰줄 정도로 50~60대 핫스팟이었다. 후식으로 있던 엄빠전용 맥심커피 빼고는 전부 비건 채식 메뉴이다. 맥심과 과일, 보리빵을 먹는 모습을 보고 후식도 탄수화물이라며 역시 탄수화물의 민족임을 느꼈다.
흑임자는 진짜 완전 안 좋아하는데 흑임자죽의 고소함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아마 그동안 맛없는 흑임자만 먹었나 보다. 전반적으로 집밥 느낌의 메뉴이고 나는 전 메뉴를 소량씩 맛봤다. 아 다 맛있었다. 간도 강하지 않고 깔끔해서 좋았고 특히 버섯 탕수육과 가지 튀김은 3번 먹었다.
식사 후 언니가 가보고 싶은 찻집이 있다며 들렀다. 알고 보니 경기문화재단에서 관리하는 장욱진 고택 안에서 파는 찻집이었다. 게다가 BTS의 RM이 왔던 곳이기도 했다. 아파트가 보이는 빌라 골목에 뜬금 고택이 있는데 나니아연대기처럼 장롱 열고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고택 안은 K정원이 펼쳐져 있다. 고즈넉한 K갬성 가득. 정원관리가 잘 된 건 아니었다. 잡초도 막 있고 나무 가지치기도 안 되어있고 빈 화분도 있었지만 작약, 철쭉, 매발톱, 미스김 라일락 등 다년생 작물이 알아서 자리를 지키며 꽃을 피우고 녹음을 보인 덕에 오래된 고택의 분위기는 살아있었다. 날도 흐린 덕에 식물의 색감이 더욱 선명해 보이는 날이었다.
한국정원에 꼭 있는 나무 화분에 키가 낮은 식물을 키우는 것과 들기도 힘든 돌화분에 수생식물 키우는 곳을 집에 두고 싶었다. 하... 집이 좁다. 고택 사고싶다(?).
고택 주인인 고 장욱진 화가는 그림을 대충 그린 것이라 말하고 추상화로 유명한데 나도 그림을 성의 없이 그리는 편이라 언니가 니가 그린 거 아니냐며 놀렸는데 진짜 내가 그린 것하고 비슷해서 놀랐다.
무상무념으로 들른 고택은 분위기가 좋아 다음에 또 와야겠다 결심! 다음엔 커피 말고(커피 별로임) 꼭 한국차 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