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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Mar 17. 2023

성수기 방콕여행 5~6일

 방콕에서 5일차.


 아니 건기인데 밤새 비가 쏟아졌다. 핫케이크나 머 아보카도가 올려진 느낌의 브런치를 먹을 계획이었는데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모두가 오전에 게으름을 피우다 결국 감성적 브런치를 포기하고 가까이 있는 고기 국숫집으로 브런치를 먹으러 나갔다.

 릉루엉고기국수. 줄 서서 먹는 곳이라던데 비가 와서 그런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가격도 방콕 현지 가격이라 저렴했다. 국수가 세 가지 사이즈가 있어 우리는 젤 작은 사이즈에 모든 고명을 추가해서 먹었다. 고명엔 어묵, 돼지간, 돼지수육, 어묵볼, 다진돼지고기가 있었다. 국물은 돼지고기 육수인데 아침 공복에 먹는데도 비린 맛없이 시원했다. 고기도 잡나 없이 너무 깔끔. 특히 돼지 간이 맛있었다.

 고기 국수를 거하게 먹고 도이창커피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검정 개냥이가 유명한 도이창 커피집. 커피와 고양이와 비를 보며 친구들의 끄라비 여행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오늘도 엠쿼티어를 돌아다녔다. 도이창커피에 이어 땡모반도 못 마셔봤다는 친구들. 고메마트에서 유기농 수박주스를 구매해 먹었다. 설탕과 갈아진 길거리 땡모반보다 훨씬 맛있었다. 비싼 값을 하는구먼! 점저는 쇼핑상가 내에 유명한 싱가포르 식당에서 먹었다. 간장돼지족발과 등뼈찜, 타이죽, 공심채를 시켰다. 방콕은 고기에 무슨 처리를 하는 건지 고기 냄새가 안 나고 부드럽다. 비록 싱가포르 식당이지만 태국에서도 자주 먹는 유명한 메뉴라 하나씩 다 시켰는데 다 맛있었다. 그리고 직원이 돌아다니며 뜨거운 육수를 계속 리필해 주는데 난 짜던데 못 먹겠더라. 우리 테이블 외 사람들은 물처럼 호록호록 마시는 모습이 신기하고 보기만 해도 짰다.

 저녁엔 후식으로 두리안과 망고를 먹었다. 두리안은 냄새가 끔찍하기 때문에 호텔 반입금지 품목 중 하나다. 그래서 우리는 처량하게 길거리에서 먹어야만 했다. 적당히 사람 없는 곳을 찾아 두리안을 먹었다. 난 안 먹겠다 했는데 얘들이 내 입에 강제 투하시켰다. 켁 두리안을 인생 처음으로 먹게 되었다. 근데 생각만치 똥내가 안 나고 크리미하고 달고 맛있었다. 맛있다. 왜 좋아하는지 알겠다.라고 두리안을 씹어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홍어같은 쎄하고 강한 암모니아향이 퍼지며 콧구멍 밖으로 나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인생 오랜만에 강렬한 경험이었다.

 득템한 멜리사 슈즈. 행사 중이라 할인받았다. 신기하게 신발에서 플라스틱 냄새+싸구려 사탕 냄새가 난다.

 호텔이 3성급이라 전혀 기대하지 않은 수영장. 생각보다 깨끗하고 깔끔해서 밤 수영을 하기로 했다. 높은 건물 사이에 있는 낮은 위치의 수영장이라 건물 불빛이 보여서 더 감성적이었다. 나는 배영을 하며 둥둥 떠다녔다. 아속의 높은 건물 안 사람들은 일하고 나는 수영하네. 이런 생각을 하니 뭔가 고소하고 휴가 온 기분에 더욱 취했다.


 방콕에서 6일차.


 아침부터 기념품을 사느라 바빴다. 아침 9시부터 기념품 사러 쇼핑 나갔다 짐 정리하고 퇴실하니 11시 반이었다. 정신없고 허기진 우리는 숙소 근처 비건 가게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도이창커피, 땡모반에 이어 이들은 비건 요리도 처음 먹어본다고 한다. 비건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며 신기해했다. 아사히 볼, 비건 롤과 함께 시킨 소이라테와 콤부차도 맛있었다. 비건 요리의 장점은 건강함도 있지만 부대낌 없이 속이 편안해서 참 좋다. 마침 리뷰 이벤트 중이라 구글 후기를 작성하고 음식 할인도 받았다.

 오후부터는 호캉스! 그랩을 불러 짜오프라강에 있는 오키드 쉐라톤 호텔로 이동했다. 아니? 부른 택시가 포드다. 이런 큰 차는 한국에서도 안 타봤는데. 우리는 좋은 차를 타고 시끄럽고 번잡한 아속에서 조용하고 깨끗한 방락 동네로 이동했다. 포드를 운전하는 중년의 방콕 아저씨는 영어를 하나도 못했다. 영어도 못하는데 번역기를 써서 이것저것 말 걸고 관광상품을 팔려고 해서 피곤했다. 그러다 우연히 기사 아저씨의 아들 이야기가 나와 아들이 멋있다, 뭐 하냐, 몇 살이냐 등 물어봤더니 대화가 단절되었다. 기사님이 시끄럽고 귀찮게 한다면 자녀 이야기를 꺼내세요. 조용히 갈 수 있는 개꿀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착한 오키드 호텔과 이 주변 호텔들은 오래됐지만 고급 호텔이라 서비스가 좋고 깨끗하다. 거리도 아속에 비해 너무너무 조용했다. 그리고 강으로 이동하는 무료 배셔틀이 있어서 좋았다. 우리도 체크인을 하고 무료배셔틀을 이용해 아이콘 시암을 구경 나갔다.

아이콘 시암은 관광객뿐 아니라 방콕 주민도 많고 그냥 사람이 많았다. 명품도 유명하지만 속시암이라고 내부에 플로팅 마켓을 재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격은 로컬 시장보다 비싸지만 더 깔끔한 음식과 고급진 핸드메이드 제품을 득템할 수 있다. 우리는 구경하며 방콕 길거리 음식 중 하나인 카놈크록을 먹었다. 코코넛 델리만쥬 느낌인데 달달하고 폭신한 게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나한텐 슈크림 붕어빵과 경쟁할 만큼 맛있었다. 짱맛!!!

 저녁쯤 돌아와 클럽 룸에서 간단하게 안주랑 술을 먹는다는 게 왕창 먹었다. 직원이 자꾸 와인을 리필해 줘서 반병은 마신 듯. 원래 음주 수영은 절대 안 되지만 취하지(?) 않았고 소화도 시킬 겸 밤 수영을 나왔다. 어떤 서양 할배가 수영장을 30바퀴 이상 돌아 놀란 거 말고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어 한적하게 호캉스를 즐기기 좋았다. 크! 낮보다 화려한 아이콘시암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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