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졌다. 김장까지 2주가 남았는데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쪽파만 두고 추위에 약한 파와 무를 미리 뽑기로 했다. 배추는 어느 정도 추위를 견디니 김치 만들 것만 3 포기 두고 모조리 수확을 했다.
불행 중 다행인가 날씨가 냉장고가 되어 뽑아놓은 작물은 2주정도 옥상에 보관이 가능했다. 파와 무를 신문지에 싸서 보관한 후 김치 만들 때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수확한 무청은 엄마가 바로 된장국으로 만들어 줬는데 엄청 달달하고 맛있었다. 내키내먹이 최고!
11월 25일 토요일 오전 11시8회차
무자비한 11월이다. 올해는 11월 초부터 추웠다. 김장하는 날도 추웠다. 영하 3도로 내려간 날씨 때문에 옷 단디입고 김치 만들 준비를 했다. 누가 보면 김장 백포기할 기세지만 우리는 작년에 김장이 너무 힘들었기때문에 올해는 비건 겉절이를 하기로 했고 그마저도 먹을 만큼만 만들기로 했다.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구는 각자 집에서 챙겨 왔다.산 재료는 겉절이 김치와 함께 먹을 버섯전골재료뿐이었다.전부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싶어 자연드림에서 재료를 구매했다. 유채꽃 압착유, 우리 콩 100% 만든 두유와 유부, 유기농 고춧가루까지 알차게 준비했다.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나는 개량을 잘못했고 소금, 마늘, 고춧가루 개량이 틀려 당일 아침 동네 마트 가서 나머지를 추가로 사 왔다.
겉절이 비건김치는 옥상팀과 양념팀으로 나누어 준비했다. 옥상팀은 야채들을 캐서 씻고 절이고 정리, 양념팀은 김치양념을 만들고 함께 먹을 배추 전 부치기와 전골재료 밑작업을 하기로 했다. 인간미가 철철 넘쳤던 나는 배추 전을 부치다 불 낼뻔해서 결국 모든 요리에서쫓겨났다.
3시간 만에 함께 만든 비건김치와배추 전, 버섯전골, 도토리묵 그리고 우리가 추석 때직접 담갔던 막걸리를 함께 먹었다.어느하나 손이 안 간 것이 없이 대부분의 재료는 우리가 키우고 만든 것이라음식을 남길 수 없었고 음식이 너무 소중했고 맛있었다. 키우는 것도 품이 많이 가고 요리마저도 손이 많이 가는데 바쁘게 살다 보니 망각했던 음식의 소중함을 다시 알게 돼서 다행이었다. 일상이 바쁘다 보니 맨날 시켜 먹고 가공식품 먹고 정 없는 음식만 먹고살다 보니 사람이 날이서고 차가워지고 골골대고 점점 정신도 몸도 나약해지는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매우 소박 of 소박하게 농사를 지으니 자연스레 날씨와 햇빛, 바람, 습도를 익히게 되었다. 벌레도 알고 잡초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그렇게 자연생태계에 관심 가지게 되고 순환에 대해 고민하다올핸 음식물 부산물로 퇴비까지 만들었다. 으레 혐오대상으로 생각했던 파리와 굼벵이가 음식물 퇴비에서 분해자 역할로 매우 소중한 벌레인데 그들의 존재도 생각하지 않고 해충이라고 혐오하고 죽이고 화약약품을 뿌려댔으니 도시에서 파리의 삶은 참 억울했겠다. 음식물 퇴비 만들며 생각 못했던 파리를 걱정하며 진정한 제로웨이스트가 뭔지 고민해 본다. 내년에도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하고 고민하고 논의하는 텃밭멤버가 생기기를 기대하며 올해 세상에서 가장 느린 먹방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