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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에서

저질체력의 한계

by 성포동알감자

아비뇽을 거점으로 레보드 프로방스, 생레미 프로방스, 고르드, 엑상프로방스, 아를, 오랑쥬, 님, 몽펠리에 등 근교 소도시를 3개쯤 돌자는 원대한 계획으로 3박 4일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분명히 나는 니스에서 휴양하고 왔는데 아비뇽에 도착하자마자 여독이 몰려왔다.

여행 19일째.

나의 체력 빠떼리는 19일을 가나보다.

개는 몸과 정신이 소란스러우면 구석에 가만히 있으며 충전하는 건데
사람은 오히려 다른 뭔가 하려고 한다.

우연히 읽은 글을 보며 개만도 못함을 느꼈다. 조금만 힘내서 돌아다닐 요량이었는데.

난 방전되었다.

나름 원대했던 소도시 여행은 포기했다. 충전을 위해 좀비처럼 누워있기로 했다.

오랜 숙면 뒤 몸이 꾸덕져졌을때쯤 아비뇽 시내에 산책을 나갔다. 수원화성 느낌의 성곽이 아비뇽 시내를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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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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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있는 초딩

웅장하지만 소박한 아비뇽 교황청.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 때문이 사실 프랑스의 모든 성당이 소박해 보인다.

마침 초딩들이 수업을 끝내고 점심시간인지 벤치나 잔디에 자리를 잡고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그중 한 녀석은 시가지가 훤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운치 있게 샌드위치를 깐다.

이 녀석들 어릴 때부터 맛있게 샌드위치 먹는 법을 아는구나! 운치 있는 것들.

이날 하필 강풍주의보가 있는 날이었다. 바람만 아니면 고독을 즐기기 좋은 곳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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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 피해 시내의 상점가로 도망쳤다. 아비뇽은 이쯤 봐야겠어. 난 다시 충전이 필요하다. 이곳에 쉬러 왔나 봐. 여독아 풀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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