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1
부활절 휴가로 스트라스부르의 대부분의 상가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종교가 없는 나에게 지나치는 일요일뿐이지만 가톨릭을 믿는 프랑스인에겐 대단한 날이었다. 거리에선 알지 못하는 부활절 의식 중이었다.
거리마다 싸늘한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꽃들이 심어져 있었고 건물과 간판을 부활절 느낌으로 꾸며놓았다.
배가 너무 고파 겨우 문을 연 식당에 들어가 치킨 샐러드를 주문했다. 그런데 웨이터 아저씨가 "두유라잇비프?" 물어보길래 "아이 라이크 비프" 대답했다. 그러더니 비프 샐러드를 먹으라며 주문을 강제 변경해주셨다. 그렇게 먹게 된 비프 샐러드의 사연.
스트라스부르는 독일에서 가까운 동네라 건물이 동유럽 느낌이란다.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건물이 만화에 나오는 집 같았다. 그리고 동네 어디서든 붉은색의 성당이 보인다. 시선강탈 성당은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졌다. 멋스럽게 녹이 든 철색같기도 하고 커다랗고 화려했다.
특이해서 사진으로 찍어둔 건물들. 동유럽 스타일인지 알 수 없으나 로마에서도 비슷한 건축 양식을 봤었다. 하지만 뭔지 몰라. 그냥 기묘하게 생겼다. 아메리칸 호러 시리즈에 나올 것 같은 집이다.
남부에서 굉장히 뜨겁고 따뜻한 날씨와 달리 북부에 오니 습하고 엄청 추웠다. 가져온 옷을 다섯 겹이나 껴입고 핫팩을 2개씩 붙이고 다녔다. 해가 들다가도 금방 구름 끼고 가끔씩 비도 오는 스산한 날씨였다.
날씨에 걸맞게 사람들도 쌀쌀맞았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 휴가기간이라 관광객이 많아 줄이 길었다. 내 차례가 다가오자 프랑스 할머니가 앞에 싹 스더니 새치기, 어떤 커플이 모른 척 쓱 스더니 또 새치기(이것들이...) 투어리즘 직원은 지도를 2유로를 주고 사라며 강요를 한다. 이 지역은 무료 지도가 없냐 물어보니 무료 지도를 쓱 주신다. 그리고 추천 장소를 물어보니 돈 주고 지도 사서 거기에 표시되어 있으니 그거 보고 다니란다(이 아줌마가...) 스트라스부르 역에선 프랑스어로 나온 기차표로 게이트 확인이 어려워 역무원에게 물어보았다. 역무원은 기차표에 표기되어 있으니 그거 보란다. 모르겠다는 소리를 3번 한 끝에 '넘버 포'라는 대답을 들었다. '알아서 찾아가'보다 '넘버 포'라는 말이 훨씬 쉬웠을텐데 이 지역 나한테 왜 이래??? 유난히 불친절을 몰아서 격은 동네이다.
그래도 장에서 팔던 따끈한 1유로 프레즐 빵은 맛있었다. 감성팔이 비눗방울 아저씨를 보며 햇빛을 쬐기도 했다. 부활절 휴가로 호텔 직원이 휴가를 가는 바람에 투숙객만 있던 호텔에 머물기도 했다. 불편했던 기억도 있지만 동네가 예뻐서 콧물을 흘리며 강가를 산책했고, 스머프 맛 젤라토가 있던 나의 스트라스부르도 추억으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