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2
스트라스부르보다 훨씬 알차게 꾸며진 부활절 분위기로 회색 날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붐비고 활기찼다. 근교 마을인 리크위르를 갈 생각이었는데 거리에서 서성이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어 가지 못했다. 익힝 아쉬워라!
나무마다 알이 주렁주렁 열려있고 거리엔 화려한 진짜 닭이 케이지 안에서 꼬꼬댁거렸다. 역시나 간판에 토끼와 닭이 한 마리 이상씩 매달려있다. 옛날 건물인데 벽이 허물어지지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봤다.
콜마르에서 부활절은 예수를 찬양하는 종교적 느낌보다 모두가 쉬는 날 + 덕택에 쉬니까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건 이곳이나 한국이나 같구나. 한국도 석가탄신일과 크리스마스는 대게 그냥 휴일 느낌이니까. (아닌가 종교 없는 내게만 휴일 기분인가? 모르겠당 그냥 인생이 휴가 휴일)
들어선 시장에선 크림치즈가 아름답게 발린 바게트 빵을 하나 샀다. 크기도 크고 크림치즈엔 베이컨과 시금치가 섞여있었다. 근처 카페에서 1.5유로를 주고 따스한 알롱제 커피도 한잔 샀다. 그리고 공원에 자리를 잡고 간단히 요기를 때웠다. 눈 앞에선 무료 길 공연이 한창이다. 나름 락과 컨츄리의 느낌이 나는 퀄리티 좋은 공연이다. 기타도 잘 치신다. 궁둥이는 시리지만 미각과 청각, 마음까지 풍족한 시간이었다.
감성에 젖어 빵을 뜯어먹는 내 주위로 이상하게 어린이들이 많이 둘러앉았다. 프랑스 어린이, 중국 어린이까지. 동전을 넣으러 간 중국 어린이는 동전 바구니가 없어 당황하다가 페달 위에 유로를 놓고 오는 귀여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콜마르는 살 게 너무 많았다. 취향을 저격당한 소소하고 귀여운 소품 가게가 많아 사다 보니 100유로를 넘었다... 이탈리에선 기념품이 디테일이 떨어진다던지 아님 가격 문제로 지름신이 잠들어 있었는데 콜마르는 퀄리티 좋고 가격도 적당한 소품이 많아 카드 지름이 폭발했다. 나중에 기념품 페이지를 작성해 봐야겠다. 크크크
콧물을 휘날리며 걸어 다녔다. 가게 하나하나까지 들어갔다. 콜마르에 하울은 없고 지름신은 있다. 마지막 지름은 리슬링 와인으로! 캐리어를 무겁게 채우고 2박 3일의 프랑스 북부 여행을 마친다. 자, 이제 파리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