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지막 여행지
이탈리아 남부에서 시작해 북부로 올라가 마지막 여행지인 밀라노에 도착했다. 니스행 기차를 타기 위해 머문 곳으로 유일하게 한인민박에서 묶은 곳이다. 밀라노 리빙 디자인 페어 때문에 호텔과 호스텔 가격에 4배 이상으로 껑충 뛰어 가격과 절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인민박행이었다.
한인민박은 대게 정식 숙박업체가 아니라 주소를 받아 찾아가야 한다. 예상대로 위치는 무서운 골목에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돌바닥보다 더 사악한 환풍구로 이어진 뒷길을 가야 해 캐리어를 끌기가 버거웠다.
드르르륵 툭 드르르륵 툭. 몇 번씩 바퀴가 환풍구 구멍에 빠지는 참사를 겪으며 민박집에 짐을 두고 밀라노 쇼핑거리에 나섰다.
밀라노 대성당은 주위 건물을 배경 삼아 광장을 내려다본다. 비록 비둘기를 가득 품고 있지만 럭셔리 하다.
다른 이태리 도시에서 집시, 소매치기를 마주치지 않아 편안한 여행을 했다며 안도하는 찰나 아뿔싸! 생각지 못한 밀라노에서 온갖 잡것들을 만났다. 손을 강제로 잡어서 팔찌를 채우거나 비둘기 먹이를 손에 쥐어준다던지. 팔찌를 채운 흑인은 손을 뿌리치고 팔찌는 흑인한테 던져버렸다. 비둘기 먹이를 주는 잡상인에겐 완곡하게 ㄲㅈ라고 표현해줬다. 너무 히스테릭했나 싶었는데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따라붙는단다. 참 잘했군.
밀라노에선 동백섬의 수린 언니가 나를 위해 맛집을 찾아주어 꽤나 맛난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쫄깃한 도우와 피자로 배를 채우고 젤라또 후식으로 정신을 채웠다.
백화점엔 리빙 디자인 페어 관련 상품을 팔고 있었다. 그릇이나 가구에 그다지 관심은 없지만 신기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아 볼거리가 가득했다. 특히 저 의자들! 똥꼬에 토끼귀나 홍학 부리가 낄 거 같은데 앉으라고 만든 걸까? 모피에 반하는 의미로 만든 의자인가? 인형으로 만들었지만 진짜 토끼와 홍학으로 이루어진 의자라고 생각하면 정말 징그럽고 혐오스럽다.
밀라노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아 대성당과 쇼핑거리를 걷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근교 마을인 베르가모를 방문하지 못해 아쉬움은 남지만 곧 니스의 바다를 볼 생각을 하니 두근거린다. 밀라노 잘 있으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