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마시기 좋은 곳
네모진 돌바닥 덕에 덜거덕덜거덕 힘겹게 캐리어를 끌며 리옹 거리를 걸었다. 구글 지도를 보며 호스텔을 향해 갔지만 휴대폰 업데이트로 지도가 방향치 되었다. 가까운 거리를 몇 번이나 헤맸는지 화가 많이 났었다. 욕을 좀 했더니 미친X 취급도 당하고, 호스텔 근처에선 어떤 부랑자가 왜 쫓아오냐고 따지더라고. 그곳이 제가 갈 길입니다. 부랑자야
리옹 동네에서 다리를 하나 건너면 구시가지가 나온다. 그리고 또 다리를 건너면 또 구시가지가 나온다. 두 개의 강을 끼고 있는 동네였던 것이다.
다리를 건너기 전 커피를 마시기 위해 햇살이 적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강을 보니 약간 서울이랑 비슷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강이 자꾸 생각나고 친근감이 들었다.
19세기 느낌이 나는 도시를 걷다 이따금씩 큰 건물이 보일 때면 옛날 도시와 현재 도시가 섞인듯한 기이한 느낌도 들었다. 방향치가 된 구글 지도 대신 종이 지도에 의지한 채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한 번은 음료수 테러를 당할 뻔했다. 거리 한복판에서 뒤통수 뒤로 얼음이 가득 찬 맥도널드 음료를 누가 던진 것이다. 다행히 아무도 맞지 않았지만 리옹 주민들은 살짝 놀라다 아무렇지 않은 척 돌아간다. 이미 나는 이 구역의 미친X이라 '어떤ㅅ끼야!! 잡아 죽일 거야! 누구야' 라며 오만가지 욕을 했...
이런 언덕쯤이야 할아버지, 할머니도 오르는데 나도 당연히 가능하지! 라며 시건방지게 언덕을 올랐다...... 하..... 푸르비에르 언덕은 보이지 않고 땀만 삐질삐질.
언덕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풍경은 은밀하고 귀엽다. 그런데 왜 북촌을 걷는 것 같지? 리옹에서 서울의 느낌을 받았을까. 기시감은 아닌데 이상하구려.
힘겹게 오른 보람이 있게 멋지게 동네가 펼쳐져 있었다. 사진을 방해하는 풀들을 잘라주고 싶었고 제2의 도시답게 도시 규모가 꽤 컸다. 옹기종기 빨간 지붕에 흰색 건물은 마치 아파트 같다는 착각도 든다. 리옹의 강가, 언덕, 도시 뷰까지 묘하게 (그곳과) 비슷해 내가 이상해.
여하튼 이런 곳에 선 영혼을 풀어주는 게 예의지~ 떠나라 내 영혼아. 정착하여라!
기념품 가게와 프랑스 브랜드 제품을 눈여겨보며 돌아다니다 보니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자바칩 프라푸치노와 초콜릿 쿠키로 저녁 요기를 해결했다. 위장은 초코로 가득했다. 운동 후엔 초코니까.
리옹 주민들 퇴근 후 이곳으로 오나보다. 대부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맥주 땡기는 날이지만 괜스레 혼자 마시기 싫은 날이었다. 그저 자리를 잡고 술 마시는 행색을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호스텔에서 1와인 + 1맥주로 혼술을... 리옹 축구단과 터키가 경기가 있던 날이라 사람들은 축구를 보고 나는 다음 여행지를 준비하며 각자의 술을 마시며 보냈다.
기대 없이 온 리옹이라 하루 일정만 잡은 것이 아쉬웠다. 미식의 나라인데 맛있는 음식도 먹지 못했다. 적당히 쇼핑하기도 좋고, 맥주 마시기 좋은 분위기의 강가도 있고, 마음에 들었던 나의 프랑스 나의 리옹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