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 나들이, 게이슨 플라자, 아시아 티크, 반얀트리 문바
BTS는 송중기와 태국 미녀로 지배됐다. 11번가 광고였다. 시암역은 온통 11번가 광고 투성이었다. 역에서 만난 방콕 아이들은 11번가 색인 빨간 옷을 입고 어디론가 가는 길이였다. 모두 같은 차림새지만 조금이나마 달라 보이려는 의지로 히잡 위에 뉴에라를 쓴 귀요미 아이도 보았다. 아이들을 보니 학창 시절 교복을 입던 시절이 생각났다. 조금이라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교복을 줄이기도 하고 프라다 가방이나 아디다스 슈퍼스타 운동화를 신던 친구들. 주로 나는 교복을 입지 않고 회색 체육복에 초록색 가방을 메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씨암 스퀘어엔 여려 대형 쇼핑몰이 밀집돼있다. 건물마다 명품 혹은 중저가 브랜드에서 로드샵 브랜드까지 다양한 지름을 권장하는 곳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매장에서 영어를 잘하는 직원들이 물건을 팔고 에어컨을 씨게 틀어 추울 정도다. 하지만 백화점엔 사람이 많진 않아 시원해야 할 에어컨 바람이 쌀쌀하게만 느껴진다.
쇼핑센터 뒤 조잡한 골목에선 버젓이 명품 짝퉁을 팔고 있었다. 쇼핑센터에서 명품 구경하고 나오자마자 비슷한 걸 사라고 바로 뒷골목에 위치했나 보다.
나는 유명한 망고탱고상을 만났다. 바로 망고 디저트 카페 캐릭터 망고탱고다. 그의 진한 이모 구비와 파란 눈이 너무 치명적이다!! 망고탱고상과 사진도 찍고 악수도 했다. 망고탱고 피규어라도 팔면 샀을 텐데 아쉽게도 매장에 그런 건 없었다.

코코넛 과자를 사러 빅 C마트로 가는 길이었다. 역에 내려 기다란 스카이워크를 걷는 중 길목부터 심상치 않은 눈알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자연스레 따라 들어가니 게이슨 플라자에서 eye on you 주제로 전시 중이었다. 고가의 명품이 파는 고급진 분위기의 백화점 안엔 만화 같은 실내 장식과 명품이 어우러져있다. 그로테스크하고 여기저기 눈이 박혀 괴기스럽고 희한하게 마음에 들었다. 특히 손 조형물이 탐난다. 저게 소파나 의자였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쇼핑센터 나들이를 일찍이 마치고 호스텔 근처 역에 내렸다. 3일 내내 왔던 역인데 처음 보는 기차역을 발견했다. BTS아래로 허름한 기차가 오 다니고 있다. 저 기차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이날은 숙소를 이동하는 날이었다. 퇴근시간인걸 잊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호텔로 이동하려 하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교통체증이 가라앉길 기다릴걸. 다른 숙소까지 40분 거리고 퇴근시간이라 택시가 잡히질 않았다. 그때 호스텔 스텝이 택시 잡는 걸 도와주었다. 3대나 거절당하고 4번째 돼서야 택시를 타게 됐다.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데 땡큐 말곤 할 것이 없어 가방에 넣어둔 마스크팩 두 개를 선물로 주었다. 친절하거나 상냥하지 못한 사람 중 한 명이 나인데 인복이 많은지 여행지마다 친절한 사람들을 마주친다. 대가 없는 마음씨에 미안함과 감사함을 받는다. 나도 이제부터 상냥한 사람이 되리라.
옮긴 숙소인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선 아시안 티크까지 가는 배 셔틀이 있다. 공짜 배를 타고 신이 나서 떠들었더니 흐뭇하게 보던 미국 할머니가 꼭!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처참한) 사진도 찍어주었다. 밤에만 운영하고 깨끗한 시장이라 짜뚜짝 시장보다 덜 뜨겁고 덜 덥다. 갑자기 살이 타오르게 쇼핑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냥 편하게 아시안 티크에서 쇼핑할걸. 가격차이도 많이 안 나는데 땡볕에 체력 소모했구나 싶었다.
핫한 반얀트리의 라운지 바인 문 바로 향했다. 소문대로 직원들은 잘생겼고 음료가 태국 물가 치고 비쌌다. 바에서 바라보는 방콕 도시풍경이 서울 같단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서울에선 라운지 바 갈만한 형편이 아니니 조금이나마 저렴한 문 바를 온 거다. 방콕이니까 한국보다 저렴하게 돈을 쓰며 된장 놀이를 할 수 있다. 비싼 샴페인을 먹던 일본인, 과하게 옷을 입고 온 중국인 커플. 주로 서양인보다 나포함 동양인이 많았다. 라임모히또 한잔 시켜놓고 아른거리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이 중 내것은 한 개도 없는 게 당연하지만 한국에서도 내것은 한 개도 없다. 더운 날씨에 금세 얼음이 녹아 밍밍해진 라임모히또를 마셔야 겨우 도시 뷰를 볼 수 있다. 내 수준은 그 정도고 도시 뷰를 볼 수 있는 형편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된장스러운 여행 끝엔 이런 식으로 허무함과 회의감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