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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퇴근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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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디킴 Jul 02. 2024

퇴근

민간인인데, 군인이에요


정우는 배터리가 다 떨어진 자전거를 버리고, 따릉이 자물쇠를 부수고 갈아탔다. 힘들었다.


전기자전거를 힐끗힐끗 찾았지만, 허사였다.


어렵사리 선바위역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적 특수부대와 교전 중인 우리 군을 마주쳤다. 포병은 우면산 쪽으로 연신 포를 쏘아댔고, 헬기에서는 우리 특수부대가 레펠 하강 중이었다. 그러나 북한 특수부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선바위역에 주둔한 우리 군을 배후에서 폭탄으로 공격하고, 군 지휘관을 저격하며 혼란에 빠뜨렸다. 적 특수부대원은 레펠로 내려오는 우리 특수부대를 귀신같은 솜씨로 하나하나 저격했다. 정우는 떨어지는 후배들을 마음 아프게 바라보았다. 조종사가 맞았는지 헬리콥터 한 대가 선바위역 1번 출구에 박혀 폭발했다. 적의 총구는 보이지 않았지만, 목표물이 나타나는 순간 정확하게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다. 북한 특수부대의 저격수는 긴 호흡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목표물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 군은 K2 흑표 전차와 K21 보병 전투 차량을 선바위역 주변 주요 교차로와 고지대에 배치해 초기 방어선을 구축했다. 후방에는 주포와 견인포를 배치해 우면산 방향에서 오는 적을 지속적으로 포격하고 GPS 유도 포탄을 사용해 적의 집결지와 이동 경로를 정밀 타격할 계획이었다.


전쟁 같은 상황은 겪은 적이 있었지만, 진짜 전쟁은 정우에게도 우리 아군에게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저쪽 애들은 두 번째 전쟁을 치르는 듯 모든 게 익숙했다.


우리 군복과 장비를 착용한 북한 특수부대 때문에 아군은 큰 혼란을 겪었다. 적들이 후방 포병 부대를 급습해 우리 무기로 아군을 공격하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었다. 죽어가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정우는 방아쇠를 쥐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점심 산책할 때 신는 나이키 에어 운동화, 빠진 머리를 감춰주는 앞머리 파마, 두둑하게 잡힌 뱃살, 계단 운동으로 연명하는 허벅지 근육들. 모든 게 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는 점점 포탄 소리의 먹먹함에 익숙해졌다.


‘100m 앞 왼쪽 건물에 하나, 중앙 스페인 음식점에 하나.’


쓰러지는 우리 병사의 방향을 통해 정우는 적 저격병의 위치를 파악했다. 정우는 우리 지휘부가 어디에 위치할지 예상할 수 있었다. 선바위역을 바라보는 경마공원 건물이었다.


“저기요~ 간첩 아니야!! 쏘지 마요!! BTS 알아요, 뉴진스~ 최고!! 코카콜라 맛있다~~쏘지 마!!”


“아저씨, 미쳤어!! 지금 이거 안 보여!!”


“응, 보여요, 하악 하악 저격병, 저기랑, 저기, 나 707 교관 하악 하악 부대장님 좀 만납시다.”


정우는 잡혀가듯 부대장 앞에 섰다. 그리고 “안녕하세요”하며 거수경례를 했다. 이걸 또 받아주는 황준배 중령,


“이 사람이 707 특임 교관 출신이라며.”


“저기요, 저격수가 세 군데 있거든요. 먼저 제거해야 합니다.” 펼쳐진 작전 지도를 짚으며 정우는 “여기! 여기! 여기!”를 외쳤다.


“그리고 선생님, 아, 죄송. 쟤들이 우리 군복 입었잖아요. 더 가까이 오면 오인 사격하고 난리 나고요. 아직 이 라인까진 못 내려왔으니까 포격 원점 재조정하면 어떨까요.”


“…”


“그리고 이것 좀 하나 씁시다.” 정우의 손엔 어느새 HK MP5SD 한 정이 쥐어져 있었다.


“저격팀 재배치! 포격 지점 재조정! 정찰 드론 더 띄워!”


정우는 우리 저격팀과 함께 고지대와 건물 옥상으로 이동했다. 그는 드론의 실시간 영상 피드를 보며 적 저격수의 위치를 확인했다. 드론은 고지대와 건물 옥상에 위치한 적 저격수들을 명확히 포착했다.


"저기, 3시 방향 고지대에 적 저격수가 있다. 나머지 팀은 9시 방향 건물 옥상에 있는 저격수를 제거해라."


저격팀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두 명의 저격수가 고지대에 위치한 적 저격수를 조준했다.


"셋, 둘, 하나, 사격!"


총성이 울리며 두 명의 적 저격수가 쓰러졌다. 이어서 9시 방향 건물 옥상에 위치한 적 저격수를 향해 다른 저격팀이 사격을 시작했다. 유탄 발사기로 교란 전술을 사용한 후, 적 저격수가 위치를 드러내자 곧바로 정확히 조준해 사격했다. 적 저격수들은 하나씩 제거되었다. 그들은 방어할 틈도 없이 아군의 정밀한 사격에 쓰러졌다. 동시에 포병 지원 요청이 이루어져, 포병 부대는 적 저격수가 위치한 건물과 고지대를 집중 포격했다. 포탄이 떨어지며 적의 엄폐물이 파괴되고, 남아 있던 저격수들도 모두 제거되었다.


정우의 예상대로 아군 포병 부대는 적의 급습으로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빠르게 수습하고 정확한 포격을 재개했다. 헬기에서 레펠로 내려오는 특수부대원들은 저격병을 뚫고 힘겹게 땅을 밟았다. 그들은 끊임없이 사격을 퍼부으며, 적을 제압하려 애썼다. 해가 질 무렵, 선바위역 쪽으로 낙하한 적이 잠잠해지자 정우의 평범한 감각이 하나씩 깨어났다. 가장 먼저 배가 고팠다.


“저기요. 남는 전투 식량 하나 먹읍시다.”


“쩝쩝, 아! 백종원 맛이네.”


정우를 바라보던 황준배 중령이 곁에 있던 사병에게 말했다.


“저분, 군복 하나 드려라.”


“민간인인데…”


“저 양반은 그게 더 안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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