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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영 Sep 18. 2021

<병상일기2>


 이 작은 문 밖에 내가 살던 세상이 있다. 나는 문 안쪽에서 목발을 짚고 벽에 기댄 채로 한참을 서있다. 소슬한 바람이 부르르 밀려들었다가 이내 잠잠해진다. 나가고 싶다. 성큼성큼 걸어가 모기장 문을 열고 뭉클한 바람내를 와락 끌어안고 싶다.




면회 금지는 물론이고 외부 출입도 안 된다. 설상가상으로 입원실에는 창문이 없다. 사고 후 이틀 간은 잠시 정신을 차렸다가도 금세 눈이 감겼다. 온몸이 주리를 틀 듯 욱신댔고 통증에 반응하는 몸만큼 마음도 갸우뚱했다. 난파된 배가 망가진 제 몸을 어쩌지 못하고 삐끄덕 흔들대는 것 마냥.




하루종일 입원실에 갇혀서 지내니 가슴이 답답하다. 누군가 내 목을 누르고 두꺼운 강철판 따위로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다. 폐소공포증이 있는 터라 이런 때면 공포가 밀려든다. 숨이 턱 막히고 무섬증이 극에 달한다. 그런데 이 문을 발견한 것이다. 불편한 다리를 들고 목발을 짚고서, 나는 한참을 문을 향해 서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며 파란 하늘이며 육중한 시멘트 건물까지 시리도록 아름답다. 때로 껄렁껄렁한 남자의 우스개 소리도 들리고 비명처럼 깔깔대는 여자들 웃음 소리도 들린다. 문밖의 세상이 사무치게 그립다.




으드득하는 뼛소리를 들었었다. 미끄러지고 돌아간 발등을 봤을 때, 나를 도왔던 여성들이 어서 일어나 보라며 재촉하지 않았다면 듣지 못했을 일이다. 어떻게든 일어나 보려니까 발목에서 소리가 났다. 어쩌면 소리를 들은 게 아니라 느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갈라진 뼈들이 치아를 갈아대는 소리를 냈다.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마도 그 때문이었다. 마구 비명을 지르며 병원을 헤집고 난리를 친 것은.


“쯔, 진정 좀 하시고요. 애들도 다 하는 거예요.  쯧쯧. “


엑스레이를 찍으려고 침대 위에 올라가야 하는 내가, 무섭다며 엉엉 울었을 때 병원 관계자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러나 나는 굴하지 않았다. 부끄러움은 공포보다 느릿해서 나는 내처 울었다. 그리하여 기어코는, 이 동네 진상 환자로 등득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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