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m에서 Pt시작한 중년 여인의 기록
운동이라면 대학 시절 '운동'했던, 그러니까 그건 스포츠가 아니라 운동권의 '운동'을 칭하는 거다.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들거나 유인물을 나눠주는 따위의 '운동'말이다. 청춘을 그 '운동'에 빠졌었다. 그 '운동'이란 건 몸이 좋아지긴 커녕 술 담배에 찌들어 건강을 파괴하는 '운동'에 가까웠다. 그래도 행복했던 탓일까, 몸이 심하게 아팠던 기억은 없다. 하지만 세월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서서히 체형이 무너지더니 갱년기가 시작된 작년부터 몸 여기저기에 별난 증세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심각했던 건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한 거였다. 알코올이 전혀 흡수되지 않았고 부끄러울 일도 없는데 쓸데없이 얼굴이 벌개졌다. 피부과를 전전하며 약을 바르거나 먹었지만 잠깐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원상복구됐다. 불 타는 고구마 꼴도 서러운데 심지어 간지럽기까지 했다. 볼이며 턱 주변을 벅벅 긁다보니 얼굴을 내밀고 다니기 민망할 지경이었다. 기어코는 두피마저 근질대기 시작했고 어찌나 심하게 긁었던지 피가 나고 딱지가 앉았다. 피부과에선 지루성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는데 역시나 약 효과는 그저그랬다. 긁을 때마다 손톱을 사용하다보니 상처가 생기고 세균이 침투하고 그러면 더 간지럽고 아팠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싫어지고 자존감이 바닥을 긁었다. 우울에 짜증이 겹치면서 삶의 질이 떨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모든 증상의 원인에 갱년기라는 강력한 요인이 있단 걸 나중에야 알았다. 말하자면, 갱년기 증후군이었다.
산부인과를 가야할까 정신과를 먼저 갈까,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 빗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양쪽 복사뼈가 으스러졌다. 일명, 삼복사골절. 열흘을 입원 후 퇴원했지만 걷기는 커녕 자리만 보전하고 누워 있었더니 근육은 눈깜짝할 사이에 다 녹아버렸다. 근육 대신 철심을 찬 채로 8개월이 흘렀고 얼마 전에 철심 제거 수술을 했다. 그 사이에 체중은 5키로가 늘었고 얼굴은 이스트 부푼 빵처럼 거침없이 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