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협치특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어공 Mar 14. 2023

과정이 변하는 것도 혁신이다

공공서비스와 협치

지난 몇 년간을 뒤돌아보면 정책영역에서 혁신이라는 키워드가 매우 활발히 언급되었다. 실제 언급으로 끝나지 않고 정책영역에서 혁신이라는 맥락을 도입하기 위해 조직이 만들어지고, 예산이 수반된 정책사업들이 꽤 비중있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이름표를 붙인 정책들을 기획하고 실행할 때 항상 따라붙는 질문과 의문들이 있었다. 바로 '혁신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 쉬운 질문 같으면서도 대답하기가 만만치 않은 질문이다.


혁신은 영어로 'innovation'이고, 해석하면 ‘획기적인 것’이라고 나온다. 조금 더 해석을 덧붙이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무언가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당연히 그 새로운 것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결과물 또한 매우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표적으로 혁신이라고 하면 기술영역을 먼저 떠올린다. 흔히 빅테크라고 불리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애플, 아마존, 엔디비아, 삼성, TSMC, 네이버 등 뭔가 테크 기술을 활용하여 우리 삶의 습관들을 바꾸어 나가는 기업들이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과점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책영역의 상황은 어떨까? 사실 정책영역과 혁신이라는 단어는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공공행정이나 정책영역은 전반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다. 세상의 변화에서 가장 마지막에 움직이는, 사실 마지막에 따라가는 영역이 공공행정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공공행정이나 정책에서 기술을 접목한다는 것은 더욱 상상이 어렵다. 무언가에서 혁신이 발생하려면 그곳에 속한 구성원과 시스템의 변화가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이런 측면에서 공무원의 성향, 역량, 행정 조직의 역동성을 감안했을 때 혁신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꽤 많은 지방자치단체 선출직들이 공공행정과 정책영역에서 혁신을 도입하고 적용하려고 애썼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출직은 어찌보면 근무기간이 정해져 있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 년 안에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정책영역에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시 돌아가서, 정책영역에서 무엇이 혁신이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나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과정이 변하는 것도 혁신이다.”    

  

많은 사람들은 세금이 투여되는 정책영역에서는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정책이기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과정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건네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 한 장을 가져왔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진이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의 공장 내부 사진이다. 그 유명한 컨베이어벨트이다. 포드의 분업화 공장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자동차를 조립하여 만들었다. 하지만 분업화 시스템이 도입되고 나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이런 대량생산 시스템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버전 업하는 계기가 되었다. 포드의 분업화 시스템은 혁신일까? 아닐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진에서 혁신이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포드의 사례를 보면 결과가 변한 것은 없다. 어쨌든 목표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이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혁신의 지점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다. 과정이 변하는 것이 혁신이다.      


정책영역에도 비슷한 생각의 전개를 펼칠 수 있다. 어떤 정책사업을 진행할 때 어떤 과정을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정책사업별로 그 대상과 성격이 다르다. 이것의 의미는 모든 정책사업에 같은 과정을 적용하면 어렵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생산되긴 하겠지만 매우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불량품이 나올 수도 있다. 각 정책사업별로 최적의 과정을 설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정책사업은 어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이때까지는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전문가와 공무원이 주도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문제의 종류도 다양하고 문제의 정확한 진단조차 쉽지 않다. 그리하여 이 과정에 지역주민, 전문가, 활동가, 공무원 등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함께 진단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정책영역에서 과정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아직은 그 참여 경험이 충분치 않아 때론 어설픔이 발생하지만 변화가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과정은 이제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대, 기술발전으로 모든 영역에서 투명성이 확장되는 시대에서는 무임승차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과정이 공개되고 투명해지면 대충 뭉개고 가는 사람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고려했을 때 정책영역에서도 과정의 중요성은 앞으로 커질 것이다. 더 이상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거나, 과정의 변화가 어떻게 혁신인가라는 질문이 설 자리도 점점 없어지지 않을까? 글쎄 아직은 그 변화의 속도가 눈앞에 크게 보이지 않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항공모함의 뱃머리는 이미 돌려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