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본과 협치
사람 간의 대화를 통해 사회적 자본을 쌓아가는 협력적 계획.
우리는 공공정책에서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사회적 자본을 쌓을 수 있는 협력적 계획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협력적 계획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계획수립과정에서 서로 간의 대화, 숙의를 통한 시간들은 참여자들의 성장과 신뢰도를 향상한다. 이런 과정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사회적 자본을 쌓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런 협력적 계획에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짐작했겠지만 협력적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참여를 해야 한다. 다양한 시민들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사실 최근들어 공공정책의 시민참여는 너무 자연스럽다. 각 분야에서 크고 작은 시민참여가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참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런저런 자료를 뒤지다가 다음의 그림 한 장을 찾았다. 1966년 서울시청의 한 장면이다. 제목은 아이디어 뱅크. 뭔가 공무원 같은 사람 앞에 시민이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디어 뱅크라고 하니 뭔가 정책에 대해 의견을 듣는 느낌이다. 1960년대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고 하여 다소 놀랐다. 왜냐하면 그 시절은 불도저 시장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김현옥 서울시장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앞만 보고 나간다는 불도저 시장 시절에 시민참여의 한 장면이 겹치는 것이 뭔가 어색하지만 서울시정사진기록총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처럼 협력적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민참여가 필수이고, 서울시는 생각보다 예전부터 정책과정에 시민참여를 도입한 듯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참여할 수 있는 시민은 누구일까? 시민이 누구일까라는 질문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아니, 시민이 누구긴 우리 모두가 시민이고, 누구나 참여하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물론 우리 모두가 시민이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막상 내가 시민참여 정책을 기획한다고 하면 당장 누구를, 어떻게 부르고 참여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매우 크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 바쁘기 때문이다. 모두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회사도 다녀야 하고, 사업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막상 공공정책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시민을 좀 더 세분화해보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시민참여를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좀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일단 가장 바깥 원에 시민이 있다. 방금 이야기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시민이다. 바빠서 시간이 없지만 그렇다고 참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가장 큰 원에 위치한다. 그리고 안 쪽에 1인 활동가가(비정형 활동가) 있다. 최근에는 어떤 그룹에 소속을 두지 않고 혼자서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 사람들은 사회현상과 공공정책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참여 용이성이 크다. 좀 더 안쪽에는 법인, 협동조합, 비영리기구에 속한 사람들이다. 여기는 기본적으로 조직의 목표가 공공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지역사회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시민참여도 가능하다.
가장 중심에는 공공정책에 직접 연결되어 있는 거버넌스이다. 최근 중앙정부, 지방정부는 다양한 분야별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거버넌스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각각 정책 수립과 실행에 매우 가깝게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고 이해가 매우 빠르다. 이렇게 가장 개인적인 단위부터 코어 그룹까지 구분을 해 보았다. 단순하게 구분하여 한계가 있겠지만 협력적 계획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시민참여의 첫걸음 정도 나아가는 데는 도움이 될 듯하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함께 모여야 한다. 공공정책과정에서 사회적 자본을 쌓기 위해서는 누가, 언제, 어떻게 모일 수 있을까에 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당연하겠지만 어벙벙한 것보다는 세밀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어디나 있는 문고리도 하루종일 쳐다보면 뭔가 새로운 점이 발견되듯이 우리 주변의 사람들도 관심 있게 바라보았으면 한다. 사회적 자본, 협력적 계획은 사람이 중요하고, 결국 사람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