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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어공 Apr 13. 2023

시민참여에 필요한 10가지 요소

사회적 자본과 협치

시민참여정책은 기존 공공정책과는 결이 좀 다르다. 아무래도 시민은 행정에 전문적인 공무원이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 요소일까? 우리들은 무엇을 챙겨야 할 것인가? 이럴 때는 자연스럽게 OECD를 찾아본다. 역시나 OECD는 정책형성에 시민참여를 할 때 중요한 10가지 요소를 발표했다. 행정조직에서 시민참여정책을 기획, 시행할 때 다음과 같은 10가지 요소를 기억하자.


의무(commitiment), 시민권리(right), 명확성(clarity), 시간(time), 객관성(objectivity), 자원(resource), 조정기능(co-ordination), 책임성(accountability), 평가(evaluation), 적극적인 시민정신(active citizenship)의 10가지 요소이다.     


첫 번째는 Commitment, 직역하면 의무라는 뜻이지만 이해의 맥락을 고려해 약속이라고 번역했다. 쉽게 말해 리더십이다. 시민참여정책은 리더십, 해당 지방정부 리더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기존 정책과는 다르게 비용과 시간,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한 리더십이 없으면 성공적 추진이 어렵다. 한마디로 할 일도 많고, 결론도 빨리 안 나오는 과정에 공무원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시민권리(Right)이다. 시민의 정보접근과 참여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민이 참여하는 과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관련 조례나 법이 제정여부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명확성(clarity)이다. 시민 참여의 목적과 한계점을 시작할 때부터 명확하게 정의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명료하게 설정하고, 모두에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는 시간(time)이다. 시민참여의 적절한 시의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는 정책 형성 초기에 시민참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폭넓은 솔루션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더불어 참여하는 시민에게 충분한 시간이 제공여부에 대해 맥락을 추가해 볼 수 있다. 대부분 시민참여정책은 정보 숙지, 이해, 학습 등 참여과정에서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시민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은 실제 현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다섯 번째는 객관성(objectivity)이다. 참여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는 정확해야 하고, 모두에게 시의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과정의 투명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여섯 번째는 자원(resource)이다. 시민참여정책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적, 인적, 물리적 자원 등 다양한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말로만 시민참여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제 조직이나 예산 등을 설정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실제로 많은 지방정부가 자의든 타이든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행정조직은 조직과 예산으로 의지를 표명하는 법이다.     


일곱 번째는 조정기능(co-ordination)이다. 시민에게 제공하는 정보나 중간 과정의 결과 등에 대한 메시지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사전에 협의나 조정을 통해 정리된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시민들이 정책협의에 대한 피로현상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제에 따라 사전에 정부부처 간이나 행정부서 간에 조율과 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조정기능은 미시적인 차원으로도 중요하다. 특히 최근사회문제는 복합적인 경우가 많고, 여러 부서가 혼합되어 함께 추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행정조직 안에서 부서 간의 조율이 선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참여과정에서 행정조직으로부터 이런저런 다른 의견이 나오면 참여하는 시민들은 매우 혼란스럽다.      


여덟번째는 책임성(accountability)이다. 시민참여를 통해 수렴된 의견이나 정책 제안에 대한 실행을 담보하는 것이다. 이것은 참여의 효능감과 직결되어 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의견을 제안했는데 그것이 아무런 변화나 실행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시민은 참여할 이유가 없어진다.      


아홉 번째는 평가(evaluation)이다. 대부분의 시민참여는 계획수립단계에 설정되어 있다.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단계로 쏠려있는 것이다. 제안 이후에 실행단계나 평가단계에는 시민참여가 부재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평가단계에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열 번째는 적극적인 시민정신(active citizenship)이다. 시민참여의 질적인 측면은 시민정신, 시민의식과 관련이 깊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시민참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민의식을 향상하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시민에게 다양한 역량강화 기회를 제공하여 시민정신, 시민의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시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10가지 핵심요소를 알아보았다. 나열하고 보니 해야 할 일이 꽤 많다. 항상 이런 문헌자료를 보고 나면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이것이 진짜 맞는 말일까?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이 될까? 현장에서는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      

그래서 물어봤다. 시민참여정책에 나름 깊게 참여하고 있는 참여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위의 10가지 핵심요소를 이해가 쉽도록 표현을 수정하여 질문지를 만들었고 더불어 정책의 전반적 만족도도 함께 조사했다. 설문조사의 대상자들은 앞서 이야기한 시민의 유형 중 정책의 거버넌스에 직접 참여하는 코어그룹에 해당한다. 분석의 방법은 10가지 핵심요소와 정책만족도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어떤 요소가 정책만족도를 높이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는가에 대한 분석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어떤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한 요소는 책임성(accountability)과 평가(evaluation)이다. 정책의 거버넌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시민 제안사안에 대한 실행을 담보하는 것과 평가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잘 이루어졌을 때 정책만족도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시민참여를 위한 리더십, 정책형성과정의 명확한 공유, 참여를 위한 충분한 시간 제공, 참여과정의 투명성, 시민의식 향상을 위한 노력도 정책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시민권리에 대한 제도적 보장(Right)과 참여 활성화를 위한 충분한 지원(resource)은 정책만족도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쩌면 참여하는 시민들은 참여의 결과물이 정책에 반영된다는 약속이 있고, 그 약속이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조례나 법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조례를 만들어놓고 실제 참여과정을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한다면 그것 또한 의미가 없다. 제도가 중요하긴 하지만 제도가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린 이미 잘 알고 있다. 더불어 충분한 지원도 크게 상관하지 않나 보다. 참여는 대부분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자발적 행동은 특별한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그것을 하는 행위 자체가 만족이기 때문이다.

위 결과 하나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 테고, 정답도 아니겠지만 시민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힌트 정도는 얻을 수 있다. 어디에 힘을 주고 어디에 힘을 빼야 할지 선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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