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협치특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어공 Apr 17. 2023

나의 생각을 우리의 생각으로 만드는 과정

사회적 자본과 협치

협력적 계획의 대화와 토론, 상호작용을 어떻게 시작할까?

     

협력적 계획은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40대 이상에게 쉽지 않다. 40대 이상은 인생을 살면서 모르는 누군가와 토론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주입식 교육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사회에서는 수직적 군대문화에 익숙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 겸허히 대처하며 토론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MZ세대의 행보는 우리 사회의 수직문화를 변화시키고, 더불어 대화와 토론문화의 성장 측면에서 기대가 된다.     


어렵지만 도전하는 관점에서 대화의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현장에서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시작하면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에 하나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걱정과 염려이다. 뭔가 공적인 주제와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테이블에서 사적인 생각과 접근의 나 자신을 염려하곤 한다.      


“우리 집 앞에 건널목이 너무 위험한데,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나만 걱정하는 것처럼 보일까?“

“우리 집 앞 횡단보도에 그늘막이 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말하면 너무 이기적 느낌인가?”    

 

그렇지 않다. 개인적인, 사적인 문제를 이야기해도 된다. 세상의 모든 일은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세상을 바꾸는 변화도 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많다. 특히 이야기의 출발을 남의 이야기, 공통의 이야기로 하긴 매우 어렵다. 적어도 시작은 나의 이야기로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나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 비로소 활기찬 대화와 토론, 숙의의 모습이 보인다. 또한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숙의의 특장점이 슬슬 나타난다. 바로 나의 이야기, 나의 욕구에서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욕구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시작은 우리 집 앞 횡단보도로 했지맘 대화와 토론을 하다 보면 그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공통의 문제라는 발견을 하게 한다. 그렇게 우리의 문제가 되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하면, 그것이 바로 정책이다. 알고 보면 모든 정책은 우리 개개인의 의견과 바람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위 그림은 사람들이 모여 대화와 토론을 시작할 때 기대하는 긍정적 선순환 고리이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의 관점을 교류하고, 다른 관점의 구체적 경험을 공유하면 그 과정 자체가 상호 학습이고, 그것을 통해 모든 참여자는 성장한다는 아주 아름다운 선순환 모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눈치챘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아름답게 흘러가지 않는다. 첫 번째 다름의 인정에서부터 막힌다. 나와 다른 의견을 인정하는 법을 우리는 배우지 못했다.

그렇지만 희망적인 것은 인간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위 그래프는 몇 년전 서울시에서 진행했던 협력적 계획(지역사회혁신계획)의 숙의회의 통계이다. 서울시 19개의 자치구가 1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다양한 민관협력회의를 보여주고 있다. 1년에 2,700회 정도의 참여 회의를 진행했으니 그 과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 실제 현장을 살펴보았을 때 1년 정도 지나면 참여자들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다른 사람 의견을 인정하기도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감수성이 성장하기 시작하여, 긍정의 선순환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1~2년 정도 지나고 나면, 감수성이 낮은 새로운 참여자가 합류했을 때 기존 참여자들의 도움으로 감수성의 성장 속도를 가속화시킨다.      


협력적 계획으로 사회적 자본을 쌓는 과정, 대화와 토론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여전히 참여자들의 평균연령은 40~50대이다. 하지만 1년 정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참여자의 감수성은 올라오고, 협력적 계획의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 단, 성장에 필요한 대화와 숙의를 경험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주변에는 이미 다양한 협력적 계획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