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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어공 Apr 20. 2023

목표에 적합한 규모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사회적 자본과 협치

정책 관점에서 협력적 계획을 바라보면 어떨까?     


정책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할 때는 몇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구체적인 단계이다. 협력적 계획도 마찬가지이다. 협력적 계획의 경우 참여자가 많고, 그에 따른 변수도 많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어쩌면 일반적인 계획수립과정 보다 더욱 상세한 그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가끔 유연성과 구체성이 충돌할 때가 있다. 대화와 상호작용이 핵심 가치인데 너무 구체적인 계획을 미리 만들어 놓으면 경직되는 것이 아닐까? 자칫 너무 구체적이고 딱딱한 과정절차로 인해 자유로운 토론이 훼손되는 것을 아닐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구분이 필요하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구체성은 단계별 목표의 명확성과 그에 따른 적합한 형식을 정하는 것, 그리고 계획수립의 스케줄 관리이다. 프로세스는 구체화가 필요하고, 대화가 일어나는 각 단계의 운영에서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계획수립을 위한 각 단계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제의 발견,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문제의 진단, 솔루션 도출 등 각 단계별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수의 전문가가 계획수립을 진행한다면 단계별 목표 달성과 그에 따른 행동이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참여자가 많으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하나의 생각을 갖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수립 단계별로 명확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스케줄 관리이다. 정책은 시간표가 중요하다. 특히 예산과 연동하는 정책의 경우는 가을이 오기 전에 계획수립을 완료해야 한다. 시간적으로 넉넉하게 많은 이야기와 대화를 하면 좋겠지만 시간이 한정적인 것이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많은 참여자들과 계획수립의 전체 스케줄과 단계별로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명확하게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지방정부는 협력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특히 대표적 협력적 계획 중 하나인 주민참여예산 과정을 살펴보자. 주민참여예산은 주민들이 필요한 정책사업을 직접 제안하는 제도로써 거의 모든 지방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다. 지방정부에 따라 참여의 범위를 제안단계로 설정한 경우가 있고, 계획수립과 실행단계까지 나아간 경우도 있다. 주민참여예산에서 활용하는 참여의 기본 프로세스는 크게 의제발견단계(아이디어 제안), 의제선정단계(사업주제 선정), 의제구체화단계(사업기획) 등으로 구분한다. 각각의 사례별로 세부적인 과정은 모두 다르지만 대부분의 기본 프로세스는 유사하다. 

위 그림은 참여단계의 목표별로 적합한 숙의공론과정의 규모와 방법을 표현하고 있다. 때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고, 때론 적은 사람들이 모여 깊이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협력적 계획은 이처럼 참여의 다양한 규모와 방법을 적절히 조합하여 하나의 계획수립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수년간 협력적 계획 과정을 지켜보며 알게된 시사점이 하나 있다. 중요하지만 너무 쉽게 넘어가는 과정을 하나 발견하였다. 바로 문제의 정의이다. 좀 더 정확히는 문제의 진짜 원인 파악이다. 대부분 이 단계를 너무 쉽게 넘어간다. 진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않고, 바로 솔루션으로 넘어간다. 주민참여예산의 경우도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하지만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이것은 필요하다는 무언가를 했을 때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일년 일년 흘러가는 정책사업들이 꽤 많다. 협력적 계획에서는 더욱 빈번하게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이 단계를 강조하고 이야기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깨달음은 협력적 계획의 참여자들은 알아서 무언가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계획수립이 익숙하지 않고, 사실 직접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지도 않는다. 주제와 어울리는 다양한 대화, 의견을 나눌 뿐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문제정의 단계를 명시적으로 삽입하는 것이다. 문제의 정의, 일명 진짜 원인(root problem)을 찾는 방법론은 다양하게 있다. 이 단계를 명시적으로 삽입하여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행해야 한다. 처음에는 더딘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이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다.

위 그림은 협력적 계획 수립을 위한 프로세스의 예시이다. 실제 지방정부에서 활용하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꽤 구체적으로 작성되어 있다. 충분하진 않겠지만 문제정의 단계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더불어 의제 도출단계에 꽤 많은 비중을 설정하고 있다. 문제정의로 이어지는 의제 검토, 의견수렴 단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제대로 된 문제정의를 하기 위해 꽤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좋은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발견하는 다양한 관점의 현황분석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등한시되는 경우가 많다. 협력적 계획도 동일하다. 숫자보다 참여자의 경험을 활용한다는 것의 차이는 있지만 문제를 찾는 현황분석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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