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과 협치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대화와 토론으로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한다.
협력적 거버넌스, 민관협치를 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모인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민관협치 과정에서 사회적 자본도 쌓고, 공공에 대한 신뢰 또한 향상하는 유익함이 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이유를 선택한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어쩌면 문제해결이라는 이유를 저버린다면 민관협치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의 상황이 조금 다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민관협치의 주요 정책수단으로 참여예산제를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필요한 것을 제안하는 참여예산의 특징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주민제안사업은 필요한 것을 이야기한다. 바로 ‘하면 좋은 사업’을 말하고 있다.
공공사업은 쉽게 구분하면 2가지로 나뉜다. ‘하면 좋은 사업’과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이다. 우리 사회는 적지 않게 ‘하면 좋은 사업’이 필요하다. 보행도로의 보도블록의 주기적 교체도 필요하고, 신호등과 교통시설물의 관리도 필요하다. 도시경관의 향상을 위한 가로수 정비, 대중교통의 정기적 교체 등 대다수가 관리 영역의 공공사업들이 해당한다. 시민참여를 활성화 화는 것 또한 어쩌면 하면 좋은 사업일 수 있다. 자칫하면 민관협치도 하면 좋은 사업으로 되어간다.
위 그림은 서울시 자치구청의 민관협치 사업계획서의 일부이다. 힐링숲길 쉼터 조성 및 운영이라는 제목의 사업이다. 힐링숲길 사업은 하면 좋은 사업일까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일까? 사업계획서의 내용 기준으로는 하면 좋은 사업이다. 힐링숲길을 조성한다면 주민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산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힐링숲길이 없다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 물론 해당 지역에 힐링숲길이 없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업계획서의 내용만으로는 그 문제를 발견할 수는 없다. 민관협치사업, 특히 참여예산제도 기반의 민관협치사업의 경우 하면 좋은 사업의 비중이 대다수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관협치의 목표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대전제를 충족하기 어렵다.
위 그림 또한 서울시 자치구청 민관협치 사업계획서의 일부이다. 이 경우 민관협치가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제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동네서점을 활용하여 공유 오피스를 운영한다는 사업계획서의 내용에서 해당 사업이 필요한 이유로 사회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왜 동네서점이어야 하는가, 왜 공유 오피스가 필요한가에 대해 현장에서 나타나는 사회문제를 함께 서술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왜 민관이 함께 협력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이다. 아마 실제 내용은 있지만 사업계획서 작성단계에서 누락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어쨌든 이 사업의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2가지이다. 첫 번째 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다. 두 번째 하면 좋은 사업이 어떤 사회문제와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한 검토이다. 힐링숲길의 경우에도 해당 지역의 사회 문제가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면 해당 사업계획서에 관련내용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민관협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문제정의, 목표와 성과지표 설정을 할 수 있다. 하면 좋은 사업을 가지고 목표와 성과지표를 만들려고 한다면 쉽게 결론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