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의 나날들 번외편
최근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정책이 많아지고 있다.
동네에 가면 주민이 참여하는 이런저런 공공사업들을 3~4개 정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사업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자발적 참여(봉사)의 개념일까, 하나의 역할로서 적절한 대가(보수)를 받아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든다.
현재까지는 이런 것 같다. 기본적으로 자발적 참여, 지역사회의 기여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 역할과 활동에 따라 어느 정도의 보수가 지급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큰 관점에서는 자발적 참여라는 방향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해외 쪽을 살펴보면 이런 상황에서 자발적 봉사보다는 하나의 공식적인 역할(role)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우리는 어떠할까? 이 부분은 고민이 꽤 된다. 아직 무엇이 정답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지역 상황을 봐도 다양하다. 어떤 곳은 시민, 민간파트너의 참여와 활동이 자칫 얼마의 비용으로 평가절하될까 하여 무보수를 합의하거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합의한 경우도 있다. 반면 어떤 지역은 시민, 민간 파트너의 활동과 역할을 진지하고 책임 있게 접근하고 있으니 그에 따른 대가(보수)도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대한민국 주식투자 열풍’이라는 신문기사가 보인다. 최근 주식투자는 그야말로 열풍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주식투자는 불로소득이다라는 관점과 주식투자는 엄청난 에너지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불로소득이 아니다는 관점이다. 불로소득이라는 쪽은 노동(근로)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 같고, 아니라는 쪽은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에너지와 감정을 조절해야 하고, 다양한 스트레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 모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투입(노동)이라고 보는 것 같다. 글쎄 둘 다 일리가 있다.
민관협치도 왠지 비슷하게 말이 된다. 민관협치의 민간파트너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역량을 위해 공부도 꽤 많이 해야 하고, 수많은 회의에 참여해서 토의도 해야 하고, 민관협력 시 발생하는 다양한 힘겨루기(갈등 상황) 등도 겪어야 한다. 이 모든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의미 있는 민관협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과연 자발적 참여로 가능할까?
또 하나의 관점이 있다. 지역사회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한 정책 수행에 있어 민간파트너 역할의 전제가 기본적으로 자발적이라는 것은 공감이 간다. 그 공간이 작은 농촌이나 어촌이라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된다. 기본적인 커뮤니티와 공간의 규모가 한정적이고, 커뮤니티 삶의 방향(공공의 목표)이 어느 정도 일관되는 공간적 단위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지만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대도시이다. 인구 천만이 살아가고 있는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얽히고, 아무리 공간단위를 최소한으로 쪼개도 하나의 행정동이 5만 인구다. 민관협치이던 주민자치이던 조례를 기반으로 대표성을 부여한다고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인구 규모가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책사업에 민간파트너로 함께 한다는 것은 권한도 크고, 책임도 크다. 언제나 그렇지만 재원과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결정사항들의 영향력이 지역사회에 꽤 크게 작용한다. 그 결정사항에 어느 누구는 기뻐하겠지만 어느 누구는 실망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서울에는 사람이 엄청 많고, 그것은 이해관계자가 엄청 많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민간파트너에게 요구하는 역량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자발적 참여로 오래갈 수 있을까?
더불어 민관협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얽혀있는 도시에서 민관협치로 지역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필요한 시간은 얼마일까? 아마도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과연 자발적인 참여만으로 긴 시간을 지속할 수 있을까?
보통 신도시 하나가 완성되기 위해서 2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목표한 인구, 인프라, 자연환경 등이 도달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쉽게 생각하면 가로수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신도시 초기에 가로수가 왜 이렇게 작냐고 불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역량도 요구되고,
시간도 많이 필요한 상황,
민간파트너의 자발성이 오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되뇐다.
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자리는 잡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물도 주고, 영양도 주고, 병충해도 막아주는 등 이런저런 관리는 필수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이 오면 그 나무는 우리에게 매우 많은 선물을 준다.
신도시의 가로수와 민관협치,
왠지 매우 닮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