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과 상사병

헷갈리는 발음 쓱

초등학교 입학이 코앞이라 제 이름 석 자라도 쓸 수 있게

글쓰기 선생님을 모셨어요.


간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라

중간, 기말고사 때는 오지 못한대요.


아이가 글쓰기 연습을 하는 동안

저는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데,

서재 방에서 도락도란 얘기 소리가 흘러나왔어요.


"여자를 너무 좋아하면 병에 걸리기도 해요.

라바에서 봤어요. 엄마가 얘기해 줬는데,

선생님은 그 병의 이름을 아나요?"


아이와 같이 봤던 만화는

벌레 두 마리가 소시지 한 조각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내용인데요,

어여쁜 벌레를 만나 사랑의 열병으로

그만 끙끙 앓아눕게 된 에피소드가 있었나 봐요.


저는 말해준 기억도 없는데,

7살 아이에게는 그런 병이 있다는 게 신기했겠죠?


하지만 한자어인 병명이 어려워서

금방 생각이 안 났나 봅니다.


그런데 질문의 답인 상사병

그리고 난치병, 불치병, 화병 등은 [뼝]으로 발음하는데,

열병은 왜 [병]으로 발음할까요?


규정에도 나와 있지 않아 여기저기 문의해 봤더니,

열병이 왜 열병[병]인지

조현병이 왜 조현병[병]인지

상사병은 왜 상사병[뼝]인지

난치병은 왜 난치병[뼝]인지


어떤 규칙에 따라 그런 건지는 전문가도 알지 못했어요.

한자어의 수의적 해석에 따른다는 어려운 답변만 들었어요.

언어는 수학이 아니라서 때로는 그냥 그러려니 해야 될 때도 있나 봅니다.


'여자들의 분노'때문에 유치원 생활이 힘들다고

말한 끝에 나온 돌발 질문이라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나 살짝 궁금해지기도 하는데요.

아이도 이제 이성을 알아가나 봐요.


사랑의 열병[열병]인 상사병[상사뼝]으로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 또한 엄마의 욕심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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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sint,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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