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물 되지 마세요.

헷갈리는 표현 쓱


초등학교 6학년 때 전학 온 제 단짝 친구와 저는

생일도 얼마 차이 안 나서 둘만의 생일파티를 같이 하게 돼요.


너무 오랫동안 선물을 주고받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새롭게 줄 것도 받을 것도 없네요.


급기야 올해는 단골 고깃집에서 쇠고기를 푸짐히 샀습니다.

같이 살고 있는 친구 부모님까지 배부르게 구워 드시라고요.


언제나 아이 줄 안심을 사다가 등심을 사니,

사장님이 용도를 물어보시네요.

생일 선물이라고 했더니,

검은 봉투에 파채와 소스까지 챙겨주시며

"좋은 선물 되세요!"라고 덧붙입니다.


사실 '좋은 선물 되세요'는

'(당신은) 좋은 하루 보내세요.'가

(당신) = 좋은 하루가 되어 어색하듯이,

'(당신은) 좋은 선물 되세요.' 역시

(당신) =좋은 선물이 되어 어색합니다.


분명히 사장님은 '당신이 하는 선물이 주는 사람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로 쓴 것이겠지만요.

분명히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당신이 보내는 하루가

부디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로 쓴 것이겠지만요.


말하는 사람의 친절한 마음만 받고 쓸 때는

상대방이 좋은 선물 되게 하지 말고 '좋은 선물 하세요.'로,

듣는 사람이 좋은 하루 되게 하지 말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로.


오래간만에 만나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아이가 울먹거리며 전화를 하네요.

친구와 급하게 헤어지고 비 오는 거리를

뛰듯이 걸어갔습니다.


다행히 친구가 제 생일선물이라고 사 준 아이 옷이 잘 맞아 교환할 필요가 없네요.

친구가 사 준 옷은 아이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어요.


© kadh,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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