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 실수

헷갈리는 표현 쓱

설마설마했는데 역시나였어요.

아이는 같은 반 여자아이를 좋아하고 있었어요.


얼마 전까지 엄마와 결혼하겠다고 했던 아이였는데,

얼마 전까지 담임선생님과 결혼하겠다고 했던 아이였는데,

이제 정말 아이가 이성에 눈을 떴나 봐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선생님이 옆에 앉혀주신 짝꿍이 참 좋았어요.

당시 저에게 가장 큰돈이었던 500원 지폐까지 쥐여주며 마음을 표시했는데,

짝은 모든 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아이를 좋아한다며 고백을 했고

보란 듯이 그 아이에게 뽀뽀를 했어요.

그 여자아이도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고요.


모두들 "와!" 환호성을 지르는데 저 혼자만 동떨어진 느낌이었어요.

어린 내 첫사랑은 참 씁쓸하고 가슴 아팠네요.

역시 돈으로 사랑을 살 수는 없나 봐요.


저보다 1년 빨리 좋아하는 아이가 생긴 아들 녀석은,

여자아이의 이름을 되뇌며,

"00 이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00 집에 드론을 띄워 볼까?"

"00 이도 나를 좋아할까?"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입도 때때로 '뽀-'모양이나 '추-'모양으로 바뀌더라고요.


이번에도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얼른 물어봤어요.

"오는 00이랑 무슨 이야기 나눴어?"

"휴, 이야기 못 나눴어. 오늘은 유치원에서 우애곡절이 많았어."

"아, 우여곡절이 많았구나. 무슨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아이 말을 들어보니 유치원에서 이런저런 일이 많았고

그 여자아이와는 쑥스러웠는지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눈 것 같아요.


한참 스펀지처럼 이것저것 빨아들이는 아이는

유치원에서 새로 들은 말들을 기억해 놓고는 꼭 써보려고 합니다.


"엄마, 김치와 된장과 요구르트는 다 대표적인 발표식품이지?"

"맞아. 특히 김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이야."


"우리 몸 책에서 봤는데 남자의 생식기에서 청자가 나와."

"그래. 남자의 생식기에서는 정자가 나오고 여자의 생식기에서는 난자가 나오지."


아이가 틀린 말을 힘주어 강조할 때마다 최대한 웃음을 참으며 대답을 해요.

웃으면 겸연쩍어할까 봐요.


그래도 아이는 몰라서 틀리는 거라지만,

아이니까 고치면 된다지만,

성인인 저는 왜 안다고 하면서도,


'고베 대지진'을 '아베 대지진'이라고 말하는 걸까요?

'금녀의 벽'을 '금남의 벽'이라고 말하는 걸까요?


'찰떡같이' 알아듣는 후배들이 고마울 따름이에요.



© imissyou,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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