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의외였다. 결혼식 때 몰려든 구름 하객에 입을 떡 벌리게 만들었던, 당장이라도 전화 한 통만 돌리면 100명은 넘게 모일 것 같은 인사이더 후배도 나의 첫 에세이 제목처럼 ‘아무것도 아닌 기분’을 느낀다니...
“그럼요. 저 사실 머릿속은 아웃사이더예요. ‘인싸’ 되려고 엄청 노력하는 거예요. 그래서 힘들었어요, 그동안.”
이렇게 겉은 ‘인싸’인데 속은 ‘아싸’라 힘든 사람이 그 후배뿐만은 아니었다.
난데없는 이른바 ‘아싸 커밍 아웃’은 책 출간 이후 내 앞에서 꽤 줄줄이 이어졌다. 그중에 첫 책 낸 거 축하한다며 밥을 사준 회사 동기 오빠도 전형적으로 인맥 넓고 성격이 좋아 두루두루 친한 사람이 많은 외향적인 스타일이었다.
으슥한 밤에 술 한 잔 하고 난 뒤에야 촉촉한 눈으로 털어놓을까 말까 한 내밀한 속내들이 책을 매개로 가벼운 수다 떨 듯 편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에 의하면 ‘인싸’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노력의 산물이었고, 지금도 다른 사람들의 기대치와 자신이 스스로 설정해 놓은 일정 수준에 맞추기 위해 무척이나 허덕대고 있다고 했다.
나로서는 의외였고 충격이었다. 내가 부러워마지 않는 그 존재들이 실은 계속 동그란 원 중심에 머물러 있기 위해 땀 흘리며 버둥대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에너지가 충만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 기꺼웠던 게 아니라, 실은 그만큼을 채워 넣고 보충하느라 쉼 없이 페달을 밟았던 거구나...’
어느 노래 가사처럼, 인사이더든 아웃사이더든 우린 너나없이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만나면 행복하여도 말이다. 어느 책 글귀에서처럼, 인사이더든 아웃사이더든 ‘사이드’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국은 너나없이 귀퉁이들인 가여운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동그란 원을 그려가나 보다. 점점 크거나 점점 작게 말이다.
책을 계기로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다가가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서로에게 조금 더 따끈해지고 조금 더 훈훈해졌다.
“그 발톱 아직도 책상 서랍 안에 있나요?”
불의의 사고로 젖혀진 엄지발톱이 죽은 보라색이 되도록 죽어라 버티다가 스르르 떨어진 어느 날, 자세히 살펴보니 새 발톱을 품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첫 책에 써놓았더랬다. 몸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대접도 못 받던 녀석의 책임감에 가슴이 뭉클해져서 서랍 속에 고이 모셔놓고서는 어느새 잊고 있었는데, 함께 하는 <열린 TV 시청자 세상> 작가의 뇌리에는 깊숙이 박혔나 보다.
책을 쓰면 좋은 점이 생각보다 많았지만 잡동사니 가득한 서랍 속에 뭐가 들었는지까지 너무 시시콜콜 늘어놓은 것 같아서 민망한 순간도 가끔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