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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내 안의 나

   

지금은 의미 없는 구분이 되어버렸지만, 고등학교 때 치른 문, 이과 적성 테스트에서 

‘수포자’인 내가 이과로 나왔다. 의아해하면서 문과 반에 들어갔다.      

대학교 때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MBTI 검사 결과를 따라 강당에서 같은 유형별로 소그룹을 지었는데, 

똑똑한 법대생, 의대생이 잔뜩 한 그곳에서 ‘여기가 아닌데...’ 싶었다.      

최근에는 교리 공부가 끝나고 신부님과 함께 체크해 본 애니어그램 성격 테스트에서 

음미체도 못하는 내가 예술가 타입으로 나왔다.     


논리 정연 부엉이도, 목표 직진 독수리도, 뾰로통한 고양이도 아니면, 

‘현경아 넌 대체 누구니? 현경아 진짜 네 모습은 뭐니?’     


내가 보는 나, 남이 아는 나. 

내가 보이고 싶은 나, 내가 감추고 싶은 나. 

내가 오해했던 나, 나도 몰랐던 내가 나를 

너무 오래 억눌러서, 너무 많이 구겨 넣어서, 

정말 내가 누군지, 진짜 내 모습은 어떤지도 모르고, 어디가 아픈지도, 왜 울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바보같이.     


이제 나를 그렇게 눈 가리고 고개 돌린 채 있지는 않으려 한다. 

이제 나를 그렇게 귀 막은 채 내버려 두지 않으려 한다.     

그래, 더 이상 모른척하지 말아야겠다.

정말,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야겠다.

진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어쩐지 움츠러들었던 나,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나,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를 헤매고 있던 내가 저 멀리 반짝이는 등대 빛을 따라가고 싶다. 안개 걷힌 맑은 하늘 아래서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 날의 나와 만나고 싶다.     

그리하여 무심하고 방관하여 꼬이고 얽혔던 나와 나 사이에 진작 알았다면 더 좋았을 말들,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 그때 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다행이었을 말들, 

나와 우리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일찍 깨달았다면 훨씬 괜찮았을 말들, 

이제라도 비로소 가슴에 새기고 싶은 말들을 책에서 캐낸 보물 같은 문장들과 더불어 나누고자 한다.     


나와 너, 우리의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https://www.upaper.net/tbaw/115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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