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섭 님] 가을의 쓸쓸함을 이길 방법 있을까요?
군대 생활 30개월도 무사히 잘 견뎌냈는데..
왜 이리 쓸쓸한지 모르겠습니다.
막상 우리 생활을 뒤흔드는 일은 큰일이 아니더라고요.
큰일이 닥쳤을 때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전투태세를 갖추거든요.
영화 볼 때 주인공에게 온갖 시련과 아픔과
심지어 목숨을 위협받는 일이 수시로 닥치잖아요.
그런데 그 주인공은 흔한 팔자타령 한 번 안 하고
모든 고난과 역경을 강도 높은 에너지로
언제나 힘차게 사력을 다해서
끊임없이 이겨내고 극복하고 절대로 굴하지 않습니다.
갑옷을 단단히 갖춰 입었기에
숨 돌릴 틈 없이 들이닥치는
생로병사 관혼상제를 거뜬히 치를 수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둑은 사소한 틈,
작은 구멍에서부터 시작돼 무너지죠.
힘든 군대 생활 30개월도 무사히 잘 견디어냈지만
정작 나를 뒤흔드는 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감정이었던 거예요.
그렇기에 가을에 쓸쓸함을 이기지 못하는 건
어쩌면 별스럽거나 특이하다고,
약해 빠졌다고 자책할 일은 아니에요.
그리고 자꾸 싸우고 이기려고 하면 힘들잖아요.
이기려고 하지 마시고 져주세요. 가을의 쓸쓸함에게.
그리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왔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겁니다.
작가들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
세상과 철저히 단절된다고 하죠.
일시적이나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끊고,
혼자만의 공간에 틀어박혀 세상과 격리된 채,
오롯이 자신에게만 내어준 시간 안에서,
내 안의 자신과 대화하고
내면의 모든 것을 끌어내면서
마침내 아름다운 글들을 쏟아낸다고 합니다.
외로운 가을.
가을의 고독.
군인정신으로 맞서려 하지 마시고
이런 쓸쓸함도 있구나.
이런 쓸쓸함에 나는 놓여있구나.
즐기지는 못해도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