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은 그 일을 겪지 않기를 2.

목차 2. 상처 받는 지점은 각자 다릅니다

[정호균 님] 제 친구가 많이 아파요.

백혈병으로요. 제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라디오예요.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김상민의 <you> 한 번만 들려주세요.


제 아버지도 백혈병이었어요.

백혈병 환자들은 무균실이라고 해서

분리된 병동에 따로 있어요.

간호사도 간병인도 보호자도 통행이 엄격히 제한되고


출입할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참 답답하셨을 거예요. 거동의 제약이 있으니까.

팔다리는 멀쩡한데

마음대로 산책하거나 바람을 쐬지도 못하니까요.

시원한 생수도 못 마시고.

달콤한 과일도 못 먹고

모든 음식은 끓여서 멸균상태로 먹어야 하니까

치료 자체도 힘들지만 얼마나 여러 가지로 갑갑하셨겠어요.


일광욕한다고 창문 밖을 바라보며

멋진 선글라스를 쓰고 앉아 계시기도 하고,

간병하다 병이 나 수술받고 옆 병동에 누워 계신

엄마가 불쌍하다며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꺼이꺼이 울기도 하시고,


예전에 먹던 과자가 생각난다며

마스크 쓰고 탈출을 시도하시기도 하고,

수박과 참외, 시원한 생수가 간절하다며

몰래 사다 달라고 조르기도 하시고,

차도 없는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온몸이 보라색이 되어 퉁퉁 부어도 불평 한마디 안 하시고


오히려 젖먹이 아이 핑계로 자주 가보지도 못한 불효녀가

조금이라도 힘들까 봐 걱정하셨던 아버지였는데


백혈구 수혈에 갖은 애를 써봤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신

중환자실에서 마지막 말씀도 남기지 못한 채

가족들의 곁을 떠나고 말았어요.


공기 좋은 곳에서 집 짓고, 남은 생은

엄마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견디셨지만

아버지에게는 이미 다른 지병이 있었고,

뒤늦게 발견된 백혈병은 이미 급성으로 온몸에 퍼져 있었고,

가족들이 옆에서 최선을 다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병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후회와 자책이 남아요.


지금 친구가 뮤직토피아를 듣고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아버지는 연세와 지병으로 오래 버티지 못하셨지만

친구는 아직 젊고 버티어 낼 힘이 있으니

꼭 완쾌되어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오늘은 또 오늘의 태양이 떴구나.'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선물 같은 하루가 또 찾아왔구나.'

'이렇게 살아 숨 쉴 수 있는 하루가 참 소중하구나.' 하며

일상을 반갑고 기쁘게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힘낼 힘이 없지만 그래도 힘내시라고.


꼭 나을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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