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아이의 놀이터가 되다

니블 마마 고은주 그리고 간니 닌니 지음, 21세기 북스

장난감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가 장난감 리뷰하는 유튜브 채널을 주말마다 정신없이 보고 있다.

그것도 주말과 휴일 내내.

유튜브의 부작용이나 위해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기에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나빠질까 걱정되고, 자세가 비뚤어질까 봐 염려스럽고, 벌써부터 유튜버가 된다며 큰소리를 치니 저러다 학교 공부나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 한숨부터 나온다.


1. 유튜브는 해롭다?


아기에게는 스마트폰 시청이 치명적이라고 해서 두 돌까지는 노출을 삼가려고 집에서는 무조건 스마트폰을 숨겨놓았다. 그동안 혹시 내가 놓친 연락이 없나 아이 몰래 가끔 확인해 보면서 나름대로 처절한 노력을 했건만 빗장이 풀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시댁 일가친척들이 명절뿐 아니라 평소에도 한데 모이는 경우가 잦은 편인 데 두 살 어린 사촌동생이 스마트폰 보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아이는 빛의 속도로 스마트폰의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이제는 유튜브 시청을 허락한 토요일과 일요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유튜브를 볼 수 있는 첫날인 토요일은 조금 더 자면 좋으련만 평소보다 최소 한두 시간 일찍도 일어난다. 주 중에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유치원 가는 셔틀버스를 겨우 잡아탈 정도인데 주말 아침만 되면 귀신같이 알고 눈을 번쩍 뜬다. 전날 밤에 '야! 신난다. 내일은 토요일이네. '라고 이야기할 때마다 헉 소리가 절로 난다. 마음속으로는 토요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나 보다.


아직 시계도 못 보고 달력도 못 읽는데 요일이 가는 건 기가 막히게 잘 안다. "인라인 하는 날은 월요일, 수영하는 날은 화요일, 축구하는 날은 수요일, 영어학원 가는 날은 목요일 그리고 집에 일찍 오는 날은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은 유튜브 보는 날! 그리고 또 월요일, 화요일...... 계속 계속 또 돌아오고 또 돌아오네?"


유튜브 덕분에 월 화 수 목 금요일의 요일 순서는 기본이요, 인생사 돌 돈다는 심오한 진리를 일찍도 익혔다. 그리고는 말 그대로 이른 아침부터 정말 하루 종일 유튜브를 시청한다. 장난감 리뷰하는 것도 보고, 유튜브로 볼 수 있는 만화영화도 본다. 장난감 리뷰는 화면 밑에 떠있는 재생 리스트를 터치 터치하다 보면 급기야 스페인 말도 들리고 러시아 말도 들린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장난감 리뷰에 열심인 모양이다. 한참을 그러다가 다시 한국의 예쁜 누나들과 멋진 삼촌들이 장난감 소개하는 '언박싱' 영상으로 돌아가거나 손만 나와서 장난감을 움직이며 스토리텔링 하는 장면에 빠져든다.


화면을 뚫고 들어갈 기세라 걱정이 되어서 스마트폰을 tv 화면에 연결해서 보는 방법으로 시력 손상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고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조금이라도 지루해지면 바로 스마트폰에서 다른 화면을 손가락으로 클릭하느라 어느새 커다란 티브이 화면보다는 조그마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엄마인 나는 고개 들어 앞을 보라든가 "허리 똑바로 펴세요." 정도로 주의를 주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다른 아이들은 유튜브를 일주일에 한 시간만 본다는데, 어떤 아이들은 영어로 된 유튜브만 볼 수 있다는데

내 아이는 이거 어쩌지 싶었다. 아이에게 갑자기 주말에 유튜브를 못 보게 하려니 인생의 낙을 빼앗는 것 같아 마음이 약해졌다. 주말에 가끔 근무라도 하게 되면 대신 아이를 돌봐주는 역할도 한다는 핑계, 그리고 주말에 피곤해서 잠깐 낮잠이라도 잘라치면 유튜브만큼 아이와 잘 놀아주는 친구도 없다 싶은 편의적 발상도 있으니

아이에게 아예 유튜브를 못 보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아이 아빠와 상의하여 아이를 불러다 앉히고 선택지를 준 적도 있다. "너 지금처럼 유튜브를 토요일, 일요일에만 볼래 아니면 매일 하루에 한 시간씩 볼래?" 아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찔끔찔끔 자주 보는 것보다 한 번에 몰아보기를 선택했다. 예상과 다른 반응이었다. 매일매일 한 시간씩을 선택하면 끝날 때 아이와 당연히 실랑이가 있을 것이고 아이는 잠깐 눈물을 흘리다가 멈추고는 이내 장난감을 가지고 놀겠지 싶었는데 조금 참았다가 마음껏 보는 경우의 수를 택하는 거였다.


2. 유튜브는 위험하다?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왔고 나와 같은 엄마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제목의 책, <유튜브! 아이의 놀이터가 되다>를 집어 들었다. 아이들은 나만 몰랐지 이미 유명한 유튜버였고 아이들의 엄마는 영상 제작을 비교적 쉽게,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직종의 워킹맘이었다. 유튜브 출연자인 아이들에게 연출가인 엄마도 스마트폰 시청에 대해서는 여느 엄마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스마트폰 통제 앱을 통해 30분에서 한 시간의 시간 제약을 하고 나중에 아이들이 어떤 채널을 봤는지 시청 목록을 함께 살펴보는 정교함이 조금 다른 점이었달까. 시청 기록을 필수화 해서 호기심이나 실수로 좋지 않은 채널을 봤을 때 야단치는 대신, 왜 안 좋은지 아이가 이해하고 납득할 때까지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친절한 해설과 함께. 더불어 아이가 즐겨 보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왜 좋은지, 부모에게 추천하고 싶은 채널은 없는지 등 폭풍 질문으로 흥미를 함께 하고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면 아이에게 해당 링크를 보내거나 공유하라는 팁도 주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어렸을 때도 그랬다. 부모 입장에서는 tv든 만화든 너무 오래 보고 이상한 걸 볼까 봐 걱정이지, 아이 입장에서는 보는 것 자체가 특별히 나쁠 것은 없지 않은가?


아이는 유튜버가 되겠다며 장난감 리뷰를 할 것이기에 특별히 다른 공부 할 필요가 없다고 큰소리쳤다. 영상에 나오는 삼촌과 누나들도 공부를 그다지 잘한 것 같지는 않다는 어설픈 유추의 결과다. 이에 나는 단호히 대답했다. "영상을 알아야 해, 영상을. 화면을 어떻게 재미있게 만드는지, 효과음이랑 자막을 어떻게 넣는지 영상을 공부해야 해."


그 무렵 나도 독서를 하며 오래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SNS에 읽은 책을 찍어 올리고 감상평을 몇 줄 적다가 유튜브까지 찍게 되어 관심이 많았다. 남들처럼 화면에 제목도 삽입하고 자막도 넣고 효과음도 곁들이고 싶었는데 기계치라 그런지 처음부터 벽에 부딪쳤다. 그냥 그대로 찍어서 원문 그대로 올리는 아주 왕초보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3. 아이들은 타고난 유튜버!


장난으로 아이에게도 스마트폰을 들이댔는데 아이가 그동안 듣고 본 경험을 살려 장난감을 설명하면서 구독도 유도하며 10분을 가뿐히 넘기는데 깜짝 놀랐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스마트폰을 들고 나온다더니 알아서 척척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계정을 만들어 유튜브에는 올렸지만 행여 안전상 문제라도 있을까 싶어 미등록으로 한정하고 가족들에게만 링크를 걸어 볼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책의 저자는 아이들의 얼굴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이 커서도 상처 받지 않는 영상, 부끄럽지 않은 영상을 만들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했다. 부모와 세대가 다른 아이들은 타인이 자신들을 알아보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즐거워하며 영상을 통해 타인과 연결된 것을 느끼고 같은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그동안 미등록으로 올렸던 아이의 장난감 리뷰 영상을 모두 공개로 전환했다. 아이의 얼굴이 알려질까 봐 꺼려했는데 괜한 걱정을 사서 했나 싶다. 애당초 조회수 기대 없이 장난 삼아, 기념으로, 기록으로, 혹시라도 더 발전하게 된다면 장차 영상 포트폴리오로 삼겠다는 꿈을 꾸긴 했지만 역시 유튜브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공개든 비공개든 미등록이든 결과에 큰 차이가 없었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엄마, 차차티비 구독자 많이 들어왔어?"

"응, 응. 그럼 그럼."

조회수에 나보다 더 신경 쓰는 아이에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영상 공부에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을 못 내는 엄마를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유튜버 활동은 한두 번으로 그칠 줄 알았는데 제법 책임감 있게 꾸준한 모습을 보인다. 나름대로 기획도 하고 코멘트도 미리 생각해 두는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영상 제작자(?)인 나는 요일을 암묵적으로 정해 놓기는 했지만 그다지 규칙적으로 찍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강요도 하지 않는다.


유튜브라는 공간은 이미 아이들의 놀이터로 자리 잡았으니

아이가 내키는 대로, 원하는 대로 즐기면 그만이니 말이다.


*아이의 유튜브 시청과 초상권에 관한 내용은 30-35p, 37p를 참고했습니다.


유튜브! 아이의 놀이터가 되다

저자 니블 마마 고은주, 간니 닌니, 21세기 북스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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