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 기차는 영어로 추추,
삐뽀삐뽀 구급차는 영어로 니노니노"
팔랑귀 노산맘이 일찌감치 영어를 들이밀었건만
늦게 말문 튼 아이는 우리말 사랑이 확실했습니다.
엄마표 영어를 어설프게 시도할 때마다 '영어 말'하지 말고 한국말하라고 당당히 주문하더라고요.
경쟁률 높은 일반 유치원에 못 들어갈 경우에 대비해 영어유치원도 알아보러 다닐 무렵이었습니다.
무료 참관수업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원어민 선생님과 한국 선생님이 2인 1조로
반을 꾸려가나 봅니다.
알록달록 예쁜 책상에 아이들이 붙여놓은 그림까지.
밝고 화사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어에 능통한 한국 선생님은 참관 수업 온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냈고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저 무용시키지 마세요. 저는 무용수가 아니라고요. 창피하단 말이에요!"
올망졸망 율동을 따라 하는 다른 아이들 뒤에서
아이는 딴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소리도 어찌나 큰 지 수업에 방해될까 조마조마했고요.
급기야 열심히 시연하는 원어민 선생님께,
"선생님, 선생님은 왜 한국말 못 해요? 여기는 한국인데."
라며 나무라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를 황급히 참관 수업 현장에서 빼냈습니다.
"I'm a....... 미국[미쿡] teacher."라고 간신히 대답하는 선생님의 어리둥절 한 표정을 뒤로한 채로 말이죠.
'영어유치원은 정말 안 되겠다. 일반 유치원 안되면 어쩌지.'
다행히 추첨 날 1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일반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어요.
파란 공을 뽑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그 미국 선생님, 계속 한국말 못 한다고 혼날 뻔했죠.
우리말과 더불어 자동차를 사랑하는 아이 덕분에
알게 된 사실 한 가지.
이 말씀을 드리려고 사설이 길었네요.
삐뽀삐뽀 구급차에서 번쩍거리는 건 경광등,
요란한 소리를 내는 건 사이렌이었어요.
이전에는 경광등과 사이렌을 합쳐
다 사이렌인 줄 알았거든요.
뱃사람을 소리로 유혹해서 난파시키는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수 자매,
세이렌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사이렌.
그런데 또 저만 몰랐나요?
저는 유혹한다고 해서 사이렌이
어여쁜 인어인 줄 알았잖아요.
아름다운 상체에 하체가 물고기인 줄 착각했는데,
알고 보니 얼굴만 여성이고 몸 전체가 독수리였어요.
소리로 사람을 꾀니까 조심하라는 의미로 유래한 사이렌.
번쩍번쩍 경광등과 환상의 짝꿍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