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팀에서는 1년에 한 번
방송언어 세미나를 개최해요.
최근에는 한 사람씩 나와 딱딱하게 발제하고
질문을 받는 대신,
청중들 앞에 토크쇼 형식으로 둘러앉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sns로 실시간 방송도 하고 바로바로 질문도 받아 가면서요.
주제는 <방송언어에 대한 솔직한 대화>,
출연자는 저와 국립 국어원 교수님, 방송작가 대표,
우리말에 조예가 깊은 개그맨 정재환 씨 그리고 사회자였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자막 문제, 신조어 문제, 국적불명의 무분별한 속어, 은어, 비어 등으로 이야기가 흘렀고,
저는 발음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와 나누었던 대화를
예로 들었습니다.
"지난여름에 홍천으로 휴가를 갔는데
산 근처라 새벽에는 서늘하더라고요." 하며,
새벽닭 우는소리를 들은 아이가 한 말을 그대로 읊었어요.
"엄마, 닭이 [다기] 새벽에 숲으로 [수브로] 갔나 봐."
"응, 맞아. 닭이 [달기] 새벽에 숲으로 [수프로] 갔나봐."라고 자연스럽게 발음을 고쳐주었다고 말이죠.
그러자 정재환 씨가, "에이, 그러지 마세요.
학교 가서 그렇게 발음하면 애들한테
별스럽다는 취급을 받아요.
저 봐요. 개그맨이 우리말 공부하니까 방송이 안 들어오잖아요, 방송이." 하며 뜯어말리더라고요.
조용히 대화를 듣던 국립 국어연구원 교수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닭은 그래도 좀 나아요. 통닭은 정말 어려워요.
통닭을 시켜 먹으려면 힘들어요.
통닭이[통다기] 아니라
통닭을 [통달글] 시켜 먹어야 되니까."
"정말 그러네요. 하하하."
출연자와 청중 모두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직업병인지 정재환 씨에게
무시무시한 경고를 들은 후로도
아이에게 꽃으로 [꼬츠로], 부엌으로 [부어크로],
새벽녘에 [새병녀케] 등의 발음을
아직도 자연스럽게 교정해 주고 있네요.
덕분에 아이는 한글과 알파벳은 몰라도
발음에 유난히 신경 쓰는 아이로 자라고 있고요.
그런데 겹받침이라 조사가 붙을 때 신경 쓰이는 닭 발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출출한 밤 11시에 시켜 먹는 야식은 닭이 [달기] 아니라 치킨이니까요.
하하하.
© tjsocoz,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