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만한 사람이다

그만큼 상처도 잘 받는다

by 띄라

저번 달에 작년에 다녔었던 회사 동료분이 갑자기 연락이 오셨었다.

뭐 좀 여쭤볼 게 있다면서 혹시 통화 잠깐 괜찮냐고 톡이 왔었는데 하필 그때가 내가 야근중에 회의중이였어서 공교롭게도 퇴근 후에 답을 늦게 드렸었다. 그런데 다음 날 까지도 답이 없으시길래 뭐지..? 싶어서 급한 용건으로 연락주신 거 같은데 그때 회의중이였어서 답을 늦게 드렸다, 도움을 바로 못줘서 미안하다, 담에 또 필요하실 때 언제든 연락달라고, 더불어 저도 오랜만에 연락드린다며 잘지내시냐고 다시 장문의 답을 드렸다.

그랬더니 요새 뭐하고 지내냐고 답이 오셔서 잠시 안부 인사 주고 받다가 갑자기 연락 한 이유를 말씀해주셨는데 레퍼런스를 보내주시더니 이 정도의 퀄이 나오게 혹시 영상 제작이 가능하시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이번에 이런 류의 영상이 필요하신거냐고 묻자 자기네 회사 홍보영상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지금 계신 PD님은 모션그래픽을 잘 다룰 줄 모른다고 하셔서 연락을 주신거라고..

음 그 당시 내 기억으론 템플릿 사이트도 개인 결제로 이용중이셨길래 어느 정도 다루실 줄 안다고 생각했어서 템플릿 사용하실 줄은 아실텐데라고 묻자 퀄이 높아지거나 캐릭터를 만드는 건 힘들다고 하셨대서 나는 가능한 지 싶어 물어본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나도 캐릭터 움직임이나 인포그래픽은 잘 모른다고 하자 그럼 보내 준 레퍼런스 중에 가능한 퀄이 있는지 재차 물어보셨다. 그래서 나는 보내주신 것 중에 하나를 택해 손 놓은 지 오래되어서 좀 애매하지만 이정도는 해 볼 수 있을거 같다고 답을 드렸다.

그랬더니 그럼 한번 만들어 볼 수 있겠냐고, 대략적인 멘트나 기획안 만들어 보내주겠다고 답이 왔다.

갑자기 해보라고 해서 나에게 외주로 일을 주시는 건가? 싶어 나한테 혹시 일거리 주시는 거냐, 근데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답을 드렸는데 그건 아니고 PD님도 만들고 있고 나한테도 부탁을 드리는 거라고 했다. 그렇다. PD가 잘 할 줄 모르니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나에게 연락을 주셨던 거였다.

음 근데 이때 시기가 회사에서 체험단 진행과 외부 촬영이 예정되었던 지라 사실 부탁을 들어줄 여유가 없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난 그 부탁을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오케이 했다. 주변에도 이 얘길 전하자 외주로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왜 해주냐며 그 회사에 다시 들어갈 것도 아닌데 왜 부탁을 들어주냐고 했다. 그리고 그냥 빈말로 연습해본다고만 하고 연락도 하지 말라고도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거절을 못한 난 이후 구체적인 기획안이 나온 상태냐고 물었고 점심시간 이후에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바빠서 퇴근 후에 확인을 했는데 멘트와 목적,느낌,컨셉, 홈페이지에 등록된 이미지들을 보내주셨다.

스토리보드를 받은 게 아니여서 어느 장면에서 어느 것이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건지, 이런 게 구체적으로 있는 게 아닌 상태가 아니여서 좀 난감했었다ㅠㅠ 시작부터 구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일단 타이포그래피 위주로 연습해보겠다고 답변을 드렸다. 연습이니까 절대 기대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그렇게 부탁을 받아드리고 3일 뒤 갑자기 또 톡이 오셨더랬다. 보니까 커피 기프티콘 보내신 게 아닌가?

먼저 이렇게 보내시는 분이 아닌데 좀 놀랐다.. 이걸 왜 보내주시냐고 하자 이래저래 도움 받겠다고 부탁드린건데 별말없이 도와주셔서 보내주신거라고 하셨다. 자기도 엄청? 고맙게 느끼셨나보다.

나도 연습하는 거니까 절대 기대하지 마시고 화려하게는 못하더래도 열심히 해본다고, 보시고 피드백 마구마구 달라고 답변을 드리며 마지막에 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기존에 영상을 보여주시면서 이런 것도 있으니 참고하시라고 보내주셨는데

PD님이 만드신거냐고 묻자 개발팀에서 외주로 맡긴거였다고, 그런데 이건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서 바꾸려는 모양세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만든 걸 조금만 보여달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보여달라고 하셨는데 지금 회사라고.. 그래서 시간 되면 보여달라고 하곤 그날 대화는 마무리 됐다.

자꾸 연락 올 때 마다 재촉받는 느낌이라 연락올 때마다 영 불편하게 느껴졌다.

괜히 한다고 했나.. 이럴 거면 그냥 못한다고 거절할 걸 그랬나.. 계속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책임감 때문에 진행은 해야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퇴근 후, 주말을 온전히 여기에 매진했다.

시간이 흘러 다음 주 , 또 연락이 오셨더랬다.. 딱봐도 영상때문에 연락하신거라 짐작했다. (사실 뭐 그것말곤 연락할 사이도 아니니..) 그래서 먼저 연락드렸었어야 했는데 바빠서 못드렸다 죄송하다고 답을 드리자 예상했듯이 작업물은 어느정도 완성되어 가는지, 한번 보고싶다고 하시더랬다..

사실 다 완성되면 보내드릴 계획이였는데 자꾸 기다리시는 거 같아서 아직 다 못했는데 궁금하시면 한 데 까지 보내드려도 괜찮겠냐고 여쭈어봤다. 그랬더니 괜찮다고 하셔서 이 날 야근이라 늦게 보내드릴 거 같은데 그래도 괜찮겟냐고 다시 여쭈엇더니 괜찮다고 하셔서 이 날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늦게 연락을 드렸었다. 무려 11시 반에.. 10초 정도 된 영상을 보내드렸는데 바로 좋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BGM을 맘에 안들어 하시는거 같았지만 그래도 본인은 괜찮다고 하시는 반응이셨다.

근데 왜 보여달라고 하신 건지, 연습이고 기한도 없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냥 궁금하셔서 요청하신 거라고..

BGM 바꾸면 다시 리셋이라 시간이 더 소요될 수 도 있다고 전했더니 그러면 기존 느낌 그대로 진행하면 얼마나 걸릴 지 여쭤보셨다. 나는 넉넉히 다음달이라고 답을 드렸다. 그래서 오래걸릴거니 기다리지 마시라고 했다. 그런데 연습하라고 했으면서 왜 계속 재촉하시는 건지 의아해서 혹시 이거 어디에 쓰시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인스타 계정에 올리거나 이런 느낌의 영상 레퍼런스용이 필요해서 거기에 쓰인다고 하셨다.

나는 PD님도 만들고 계시고 연습용이라고만 생각을 해서 부담없이 진행하거였는데 이런 곳에 쓰인다고 하니 너무 부담이 됐다. 그래서 이런 말을 전하자 부담없이 하시는 건 똑같고 부담가지라고 하는 말도 아니고 그냥 내가 만든 걸 보고 싶었던 거라며 절대 부담 가지지 말라고 하시더랬다..

PD님도 만들고 있으면 이것 저것 보고 할 수 있을텐데 아직 시작도 안 한것 같다고 덧붙여 말씀해주셨는데

아니 그러면 도대체 PD님은 거기서 뭘 하시는 건지 싶었다.

그런데 자기가 오히려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주셔도 감사한 입장인데 자꾸 부담되신다고 하시면 내가 더 불편하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래서 "불편하시면 그만 하는 게 맞을까요" 이랬더니

그러면 진짜 불편해지는 거라며, 보내준 영상 너무 잘 만들어주셔서 엄청 신경써주신거 아닌가 싶었다며 끝까지 부탁드리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난 그러면 OO님이 나한테 밥 사라고 하니까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그러니 보내준 영상 퀄이면 만족하니까 부디 부담가지지 말고 마무리만 잘 부탁드린다고 하셨다.

나는 계속 기다려하시는 거 같아서 바빠가지고 빨리 전달은 못드린다고, 그리고 맘에 드실진 모르겠지만 이왕 하는거 잘해본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맘에 든다며, 내가 충분히 신경써주는게 느껴졌다고, 그래서 나한테 부탁드린것도 있다며 잘 하실 줄 알았다고 이렇게 훈훈한 대화가 오고 갔다.

자기가 정식으로 의뢰를 맡기고 한 것도 아니라서 더 기대할 수 도 없었는데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잘해주셔서 오히려 감탄하셨다는 말까지 해주셔서 너무 보람있었다고 할까? 진짜로 그러하시냐고 재차 묻자 정말 그렇다고, 기대하면 오히려 내가 나쁜거라며 찐, 리얼 팩트라고 까지 하셨다. 그래도 맘에 드신다는 말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심이 됐다. 괜시리 속으로 맘에 안 드시는 건 아닐지 조마조마한 것도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추후에 다시 연락을 드린다며 대화는 종료됐고 이 달이 12월이였었는데 다음 달인 새해가 되어서 또다시 연락이 오셨더랬다. 다름 아닌 새해인사였다. 그런데.. 그러면 안되지만.. 난 이 새해인사도 뭔가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ㅠㅠ 감사하긴 했지만 영상을 빨리 드려야 할 거 같은 초조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침 딱 이 시기가 회사를 정리하고 왔던 시점이라 빨리 마무리 지어서 더이상 이런 불암감에서 해소? 되어야 겠다 싶어서 후다닥 하고 완성본을 전달드렸다. 그런데 일이 안 끝나서 이따 전화드린다고 답이 오셨고 퇴근 길에 전화를 주셨더랬다. 무려 1시간동안이나 통화를 했는데.. 미팅이 지금 끝나서 제대로는 못보셨다고.. 그런데 너무 잘 만들어주신거 같다고 하셔서 "아 정말요? 다행이다ㅠㅠ" 이러면서 나도 모르게 감격했다.

어깨가 아프면서까지 정말 열심히 작업했었는데 그만큼 고생한 보람을 느껴서 너무 기뻤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얘기를 나누다 퇴근 후 짬짬이 시간내시면서 만들어 주신 거 치고는 만족하다라는 말을 듣곤 너무 화가 나면서도 허무했다. 아니 맘에 안 드신 게 있었으면 말씀을 해주시던가, 사람 만든 성의가 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는게 너무 언짢았다. (통화에선 그런 기색은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바보같이ㅠㅠ)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만들어 드린 건데.. 물론 그분 입장에선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말하기가 그렇다고 말하셨지만.. 난 너무너무나도 큰 상처를 받아버렸다. 친구한테 이 얘길 하니 어쩌면 그럴 수 있냐면서 ,애초에 친구는 왜 그런 부탁을 들어줬냐고 친구도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그래서 영상이 정말 별로인지 친구한테 보여주니까 이쪽을 모르는데도 정성이 느껴질 정도라고 잘 만들었다고 오히려 친구한테 엄청 위로를 받았다ㅠㅠ 짧은 기간이였었지만 재직 당시 회식 때 잘 챙겨주시기도 했고 눈치 없다고 말은 해주셨지만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조언도 해주셨던 분인지라 나도 그때의 호의에 보답드릴 겸 아무런 부탁없이 해드린거였는데..

카톡으로도 맘에 든다고 끝까지 부탁드리겠다고 한 건 전부 거짓이였었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나를 이용하신 거였나 라는 배신감?도 들면서 눈물이 며칠동안 계속 흘렀었다.

그리고 밥 사준다고 하셨던 것도 그냥 빈말이였는지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연락 한번 없다.

나는 그래도 고맙다고 느껴지면 언제 시간되는 지라도 물어봤을 거 같은데 그런 기색도 지금까지 전혀 없다.

친구가 그랬다. 그 분이랑 친분이 두터웠냐고. 그런 건 아니다. 단지 유일하게 거기서 나를 신경써주신 분인 것 같아 감사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 뿐이였다.

처음엔 엄청 속상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오히려 이게 더 잘 된 일인 거 같다.

버려야 될 사람, 손절해야 될 사람이란 게 증명된 거니 말이다!

나를 얼마나 만만하게 봤으면 이렇게 대할 수 있는 걸까.. 내가 그렇게 쉬운 사람 처럼 보였나..

세상 살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은 수도 없이 많을 텐데.. 만날 때마다 잘 걸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사람 보는 눈을 길러야 하는데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ㅠㅠ)

앞으로 사람에게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 아프지만.. 어쩌겠는가 내 천성이 이러한 것을ㅠㅠ..

나는 그래도 기버, 모두에게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인 건 변치 않고 싶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만 곁에 두면 되니까. 그러므로 사람한테 기대하지 말자. 실망만 더 커지니까.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는 사람과 인연을 잘 유지할 수 있게, 그런 사람들에게 나도 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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