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와 친구들
“어이~! 오셨는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은 [그루터기]라는 식당의 주인장이자 고등학교 선배님이다. 서초동 골목 끝에 있고, 10평 내외 정도의 작은 식당이지만 맛깔난 음식으로 인해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참새 방앗간이기도 하다. 5년 정도 이 곳에 드나들면서 내 눈에 띈 것은 구석에 얌전히 서 있던 기타 한 대였다. 그 이후로 주인장 형님과 친해지고 이 곳이 점점 아지트로 변하면서 단순히 맛난 음식을 먹는데 그치지 않고 느지막한 저녁 시간이 되면 기타를 꺼내 손님들과 함께 여흥을 즐기게 되었다. 학창 시절 열심히 배워놓은 기타 실력 덕이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우연한 일로 인해 매 년 기다려지는 이벤트가 생겼다.
2년 전 어느 날.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기타를 치고 있던 내게 적당히 불콰해진 얼굴의 한 손님이 노래 반주 부탁을 해왔다. 나도 손님이지만 개의치 않고 응했다.
“노래 반주 다 됩니까?”
“제가 들어본 노래는 다 됩니다.”
“그럼 부탁 좀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거 공짜인가요?”
“하하하. 물론입니다. 동전을 넣으시면 2절까지 가능합니다.”
나의 농담에 불쑥 지갑을 꺼내어 지폐 한 장을 기타 통 안에 넣었다. 극구 말려 봤지만 이미 돈은 통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날 이후로 장난처럼 시작된 <insert coin>과 함께 1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다. 얼마인지 세 보지도 않았을뿐더러 몇 푼 안될 거라 생각을 하면서 기타 줄을 갈기 위해 기타 2대-중간에 내가 한 대 더 기증을 했다.-의 통속을 비워냈다.
“형님 이 돈으로 막걸리나 한 잔 하시죠!”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했지만 예상보다 많이도 쏟아져 나오는 돈에 점점 웃음기는 사라져 갔다. 그렇게 모아진 돈이 00만 원.
“형님........”
“음..........”
“이 돈은 그냥 써버리면 안 되겠어요.”
“그렇지? 그럼 후배가 알아서 해!”
적은 돈이 아니었다. 동전부터 천 원 짜리와 고액 지폐 그리고 달러까지 그동안 이 곳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한 푼 두 푼이 고스란히 쌓여있었다. 며칠을 고민하다 페이스북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온 몸으로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 생각이 미쳤다. 적은 액수이지만 세 몫으로 나눠 개별로 연락을 드리고 뜻을 전달하니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 사비와 자발적인 도움을 받아 매 년 겨울 노숙자분들에게 직접 장갑과 목도리 등 방한용품을 나눠주시는 분.
- 생업에 종사하는 기술과 기부금을 통해 쪽방촌 수리와 도배 등 봉사를 하시는 분.
- 페이스북 벼룩시장 페이지를 통해 수익금 일부를 모아 매 년 소년소녀 가장 돕기를 하는 그룹.
모두 이 세 곳에 [그루터기와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전달을 하고 공개적으로 글을 올렸다. 그루터기 주인장 형님은 물론 이 소식을 들은 단골손님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작은 일이 좋은 일에 쓰였다 하니 모두 내 일 같이 기뻐했다.
1년 여가 또 지난 작년에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좋은 사람들의 마음들이 좀 더 모여 기존의 세 곳과 기부금을 모아 연탄 나눔을 하시는 분들께 나눔을 더할 수가 있었다. 올 해는 또 어떤 마음들이 모여 있을까 기대하며 이벤트를 기다린다.
그루터기까지 내어주며 아낌없이 사랑을 나눠주는 나무 같은 분들이 우리 곁에 많이 존재함을 느끼며 우연히 시작된 작은 나눔이 계속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