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와 사탕

엄마 찬스

by ziwoopa



1.


훈련소 6주 훈련기간 중 3주 차가 되자 주말에 종교행사가 허락되었다. 조교들 얘기로는 간식을 준다니 기독교든 불교든 가는 게 좋다고 했다. 3주 차에 간 부대 앞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자 초코파이 하나씩을 나눠주었다. 봉지를 뜯자 퍼져 나오는 달달한 향기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했다. 초코파이를 원자 단위로 나눠 가능한 천천히 음미했다. 봉지는 고이 접어 상의 주머니에 넣고 힘들 때 꺼내 냄새를 맡았다. 점점 힘들어지는 훈련에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종교행사라는 게 있는데 꼭 불교를 가라. 그럼 이모 아시는 분이 그 부대 스님이니라고 하더라. 잘 봐주실 거야.' 결국 5주 차에는 불교행사에 가 맨 앞에 앉아 이름표가 잘 보이도록 들이대며 반야심경을 열심히 외웠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스님은 사단 내 다른 훈련소에 계신다고 했다. 엄마.. 아니 이모 찬스는 그렇게 날아가 버렸다. 사탕 한주먹을 손에 쥐고 돌아오는 길에 교회 초코파이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2.


같이 훈련소에 들어온 동기 중에 그 당시 지역 정치인의 아들이 있었다. 훈련소 마지막 주 평가시험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이상한 건 시험을 몇 번에 걸쳐서 다시 보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세명의 훈련병이 1등과 3등 사이를 고수했지만. 결국 마지막 시험에서 난 4등을 했고, 그 국회의원 아들이 1등으로 치고 들어왔다. 점호 전 조교가 내 등을 쓸어주며 미안해했다. 1등은 사단장 휴가. 2등은 대대장 휴가. 3등은 중대장 휴가. 4등과 5등은 자대에 가서 휴가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줬지만 자대 인사계가 쌩까는 바람에 못 간 휴가다.


그 친구. 아빠가 빽을 써서 빼려고 했지만 자발적으로 입대해서 땅개가 되어 일병 때까지는 연대 작전병으로 근무를 했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동기 120명이 대부분 사단 내 자대로 가서 행정병을 한 특이 기수였다.


하지만 상병 달고 군단으로 간 그 친구는 본인 의지와 다르게 부대 장교들이 억지로 알아서 기었다는 얘기를 말년 사단 휴양소에서 해주었다.


뭐가 되었든 다녀오면 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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