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90년대 군 시절.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의 문선대가 부대(연대)에 왔다. 한 달 전부터 대대별 장기자랑 대표로 뽑혀 3중대 동기와 함께 기타 연주와 중창을 연습했다.
김현식 추모앨범에 수록된 '하나로'라는 곡이었다.
가사에 '하나로~' '미래로~' '통일로~' 등의 가사가 있었고, 앨범에서는 합창곡이다 보니 꽤 장중한 느낌의 곡이었다. 문선대 공연 중간중간 대대별 장기자랑이 진행되었다. 공연 가수로는 그 당시 가장 핫! 했던 가수 신효범 언니도 왔었다.
장기자랑 결과 우리 팀이 우승을 했고 연대장 휴가증(5박 6일)을 포상으로 받았다.
서무계를 하고 있었기에 각 종 포상으로 받은 휴가증이 쌓여있어서 '이건 또 언제 가나....' 싶었다. 그 당시 인사계가 자리 비우는걸 안 좋아해서 휴가를 안 보내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문선대가 다녀가고 일주일 후에 밤 11시쯤 대대 CP에서 호출이 와서 가보니 기무사가 와 있었고, 그날 밤 새벽까지 취조(?)를 당했었다.
문선대 공연 날 불렀던 노래의 가사에 담긴 '통일로' ;'하나로'라는 가사에 담긴 불순한(?) 의도를 캐려는 것이었다. 군대 오기 전까지 데모라고 해봐야 학생운동도 끝나가는 90년대 초반에 했던 5.18 데모가 전부였고, 그나마 걸리질 않았으니 기록에는 없고, 아무리 거꾸로 뒤집고 흔들어 봐야 사상적으로 걸릴 게 없었다.
대신 너무나도 불순한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휴가는 취소되었다.
그 이후로 휴가증이 사멸되는 것에 불만을 품고 강하게 어필해서 나는 못가도 중대원 중에 휴가 못 간 사병들을 내가 선별해서 대신 보내주기로 하고 타협을 봤었다.
노래 하나 부르고 빨갱이 취급받았던 기억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