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을 분리하는 완벽한 방법, 자이가르닉 효과
혹시 퇴근 후에도 계속해 떠오르는 업무생각 때문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 때 맡았던 업무에 하루종일 사로잡혀 잠도 잘 자지 못했어요. 체력은 떨어지고 몸도 마음도 지쳐갔죠. 신경이 날카로워져 가족이 불편해하기도 했어요. 함께 이런 일이 발생하는 심리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그 해결방법까지 알아보죠.
최근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되었죠. 혹시 여러분! 결말을 보고 나서 밤새 커뮤니티를 뒤져보진 않으셨나요? 도대체 이게 끝이라고? 이 정도면 다음 시즌의 티저 아니야? 시즌 3는 언제 나오냐며 초조한 마음으로 리뷰 영상을 찾아보고, 각종 해석 글을 읽느라 한참을 보내진 않으셨나요?
유튜브에는 결말에 대한 각종 해석 영상이 쏟아졌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열린 결말이 던진 수많은 질문들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고, 사람들은 밤새 커뮤니티에서 토론하며 다음 이야기를 상상했어요.
열린 결말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강한 몰입감을 유도합니다. 영화 예고편이 클라이맥스만 보여주고 결말을 숨기는 이유도 같습니다. 광고에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아 소비자의 관심을 이어가고, 인기 드라마 역시 극적인 순간에 이야기를 끊어 다음 회차를 기다리게 만들죠.
왜냐하면 우리의 뇌는 끝맺지 못한 이야기를 계속 떠올리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예요. 한 조각만 남은 퍼즐을 보면 완성시키고 싶어지는 것처럼, 해결되지 않은 일이나 결말이 보이지 않는 이야기는 관심을 강하게 붙잡아두거든요.
우리의 본능적인 욕구를 자극하죠.
이렇게 완료된 일보다 끝내지 못한 일을 더 강하게 기억하는 경향을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해요.
러시아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은 식당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 웨이터가 손님들의 주문을 받을 때는 메모도 하지 않고 주문의 복잡한 세부 사항까지 정확하게 기억했지만, 계산이 끝난 후에는 그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던 거예요. 심지어 계산을 마치고 나간 손님은 5분 후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했어요.
이 현상이 궁금했던 자이가르닉은 실험을 설계해 이를 검증했어요. 그녀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러 개의 과제를 주고, 일부는 끝까지 완료하도록 하고, 일부는 중단하도록 해보았아요. 그 결과, 사람들이 완료한 과제보다 미완료된 과제를 훨씬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자이가르닉이 발견한 이 현상은 후속 연구자들에 의해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이름이 붙여졌어요.
자이가르닉 효과는 단순히 실험실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예요. 퇴근 후 직장인의 삶에도 강력하게 작용해, 해결되지 않은 업무들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오르도록 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하죠.
저 역시 자이가르닉 효과를 강하게 경험한 적이 있어요. 3년 전 회사에서 주목받는 큰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어요. 관련된 부서만 20개 정도 되었고, 매주 100명 이상의 직원들과 소통해야 했죠. 그 당시에는 퇴근하고 집에 가도 머릿속은 여전히 사무실이었어요. 저녁을 먹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아! 그 문서 수정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떠올랐죠. 자려고 누우면 '내일 회의 때 무슨 말을 하지?'라는 불안감이 몰려왔어요. 이 당시 선배님께 했던 말이 기업납니다. '요즘 개운하게 퇴근한 적이 없는 거 같아요.'
개발자라면 다들 이런 경험 있을거예요. 하루 종일 수정해야할 문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퇴근 후에도 해결책을 떠올리는 느낌. 잠들기 전까지 '회의 때 이야기한 방법이 최선일까?', '아침에 다시 확인하면 또 다른 문제가 보이진 않을까?' 같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지는 경험.
다른 직업들도 마찬가지죠. 의사나 간호사들도 퇴근 후 환자의 상태를 걱정하며 집에서도 머릿속에서 진료 내용을 반복하기도 하죠. 디자이너는 완성되지 않은 디자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마케터는 광고 캠페인의 효과를 걱정하며 다음 전략을 고민해요. 요리사도 새 메뉴 개발이 미완성된 상태에서 레시피를 머릿속으로 수정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이 처럼 요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인 일과 삶의 분리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예요. 업무 중 미완료된 부분들이 강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계속해 기억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것이죠. 그렇다고 모든 업무를 항상 퇴근 전에 마무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퇴근 후에도 업무를 떠올리지 않으려면, 우리가 뇌가 미완료된 일을 완료되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야 해요. 똑똑한 줄만 알았던 우리의 뇌는 실제 행동과 계획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어요. 연구에 따르면,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뇌는 그 일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인식한다고 합니다.
혹시 시험 기간 공부 계획만 세우고 뿌듯하게 책상에서 일어난 경험 있지 않나요?
자기 계발서를 구매한 후 읽지는 않았지만 이미 성장한 것처럼 생각한 경험은요?
회사에서 회의록만 작성한 후 액션아이템은 실행하지 않은 채 업무가 끝난 것처럼 느낀 적 없나요?
개발자라면 개발 환경만 세팅하고 목표를 다 이룬 것처럼 착각한 적은요?
그런데 이 점을 활용하면 퇴근 전에 ‘내일 할 일’을 미리 계획함으로써 뇌가 업무를 마무리했다고 착각하게 할 수 있어요. 즉, 우리가 휴식에 집중할 수 있다는거죠.
단순히 '해야 할 일'을 적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울수록 더 효과적입니다.
우선순위 정하기 - 가장 시급한 업무부터 정리하고, 중요도에 따라 순서를 정하세요.
❌ 보고서 작성, 회의, 이메일 확인 → ✅ 중요도 A: 보고서 작성 / 중요도 B: 회의, 이메일 확인
작은 단위로 쪼개기 - 큰 업무는 단계별로 작은 태스크로 나누어 부담을 줄이세요.
❌ 보고서 작성 → ✅ 데이터 분석 → 초안 작성 → 검토 및 수정
구체적인 시간 지정하기 - 구체적인 시간 설정은 실행 확률을 높여줍니다.
❌ 이메일 확인 → ✅ 오전 9시~9시 30분, A 프로젝트 관련 이메일 검토 후 즉시 회신
실행 방식 정하기 – 업무를 어떤 방법으로 진행할지까지 계획해야 합니다.
❌ 팀원들과 회의 → ✅오전 11시에 회의실에서 A 프로젝트 관련 논의 후 의사결정
이처럼 시간과 행동포함해 실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면, 뇌는 업무를 정리했다고 인식하고 더 이상 불필요하게 떠올리지 않아요.
뇌과학 연구에세도, 미완료된 과제가 신경망을 활성화시켜 불안을 증가시키는 반면, 계획을 명확하게 세우면 이러한 불안이 완화된다고 말하죠. 즉, 퇴근 전 5분 동안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도 다음 날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어요. 퇴근의 끝을 ‘불안’이 아닌 ‘정리된 상태’로 마무리할 수 있죠.
그런데 당연히 더욱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제로 실행하는 것이예요. 계획을 세우는 순간 뇌는 안도감을 느껴요. 그 안도감에 빠져 일이 마무리되었다 착각하고 실제 행동을 미루게 된다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더 안좋아 질수도 있죠.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일을 실행 시점에 다시 각인시키는 과정이 필요해요. 저는 퇴근 전에 내일 해야 할 일을 포스트잇에 적어 모니터에 붙여둡니다. 다음날 출근해 자리에 앉자마자 전날 세운 계획을 볼 수밖에 없죠. 즉,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요.
퇴근 후에는 업무를 잊고 충분히 휴식했고, 출근하자마자 전날 정리해 둔 중요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니 업무 효율이 오르고 시간이 절약될 수밖에 없습니다. 퇴근 전 5분의 투자가 오늘의 2~3시간을 절약해 주는 것이죠.
여러분이 만약 퇴근 후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일들 때문에 힘들다면, 마무리되지 않은 업무를 마무리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보세요. ‘나만의 업무 리듬’을 만들어 보세요. 처음엔 단순히 머릿속을 정리하는 과정일 뿐이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하루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게 되죠. 시작은 뇌를 속이는 것이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뇌를 훈련할 수 있어요. 결국, 이것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이자 진짜 퇴근하는 법이지 않을까요?
https://youtu.be/M0xPc6qII8Q?si=7C3dzZpaVms9G20N
저도 일과 퇴근후 생활이 분리가 잘 안되는데 왜 그런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는 순간 성공을 경험하고 꾸준히 해나가는 습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만큼은 퇴근 후 일생각 하지 마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자이가르닉효과인지는 몰랐지만 퇴근 후 다음날 계획을 세우고 업무 고민을 별로 안했던 기억은 많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직접 경험하신 내용의 공유 너무 감사합니다.
공감이 갑니다. 지금 제 생태가 유사한데 말씀하신것 같은 방법도 시도해봐야겠네요. 기획자에게 집에서도 집중하는 마음이 때로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계속이어지는것을 떨처내는것이 중요한것 같아요.
저는 특히 가족에게 소홀해지는 제 모습때문에 퇴근 후에는 일에 대한 생각을 그만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어요. 휴식도 너무나 중요한거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
굉장히 유익한 글이네요!
뇌를 착각하게 만든다 라는 꿀팁 바로 실천해봐야 겠는데요? ㅎㅎ
칭찬 감사합니다 ㅎㅎ 제글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업무가 너무 많아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일 생각 때문에 괴로웠는데 무척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남은 주말 일 생각은 잊고 행복하게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최근에는 시간 배분 자체를 잘 못하고 해야 할 일들을 아예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는 것이 더 문제이지만) 일의 계획을 세워 일과 삶을 분리하라는 말씀에 무척 공감이 됩니다. 글의 내용도 유익하고 영상도 넘넘 재미있게 봤습니다. :)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건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죠. 영상도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도 함께 성장해 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