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위기인 이유, 능력없는 리더가 하는 말, J-Curve
매년 초 회사의 리더들은 비슷한 말을 합니다.
올해는 위기가 예상됩니다.
당분간 힘들 수 있지만, 이 위기만 극복하면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모두 더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리더 입장에서 이런 말은 위험 부담이 없는 안전한 발언입니다.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위기를 정확히 예상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상황이 좋아진다면? '위기를 극복한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리더가 손해 볼 것이 없죠.
그런데 이런 말을 듣고 나면 한편으로는 희망이 생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냥 의례적인 빈말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서 생겨날까요?
이런 말이 현실에서 팀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요?
몇 년 전, 보았던 사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이 팀은 회사 내에서 가장 주목받던 초개인화 추천 모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회사의 전략적 목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죠.
문제는 프로젝트 중반에 발생했습니다.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표준화되지 않은 데이터 수집 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데이터 정합성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이는 프로젝트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팀 내 분위기는 혼란스러웠습니다. 팀원들은 각자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역할과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아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고, 중복 작업과 혼선이 반복되었습니다.
당시 팀의 리더는 모든 팀원을 모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힘든 상황이지만, 이 고비를 넘기면 우리는 성공할 것입니다.
각자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주세요.
이 말은 팀원들을 격려할 순 있지만,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모호한 리더십이었습니다.
팀원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혼란 속에서 일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프로젝트는 두 달이나 지연되었으며,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팀원들은 극도로 지쳤고, 회사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되었다는 자부심을 마저 잃었습니다.
모호한 리더십은 조직문화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모호한 리더십이 지속되면 조직은 점점 수동적으로 변합니다. 명확한 목표와 역할이 없으면 구성원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피하고, "괜히 나섰다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조직 전체에 퍼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실행보다 승인과 보고가 더 중요한 일이 되면서 조직의 비효율이 커집니다.
또한, 책임이 불분명한 환경에서는 팀원 간 신뢰가 깨지고, 문제 해결보다는 책임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며, 사내 정치가 심해집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조직은 도전을 두려워하는 문화로 변하고,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인재들은 성장할 기회를 잃었다고 느끼며 조직을 떠나게 됩니다.
결국, 조직은 경쟁력과 성장 동력을 잃게 됩니다.
리더는 단순히 팀원 누구나 할 수 있는 격려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좋은 리더는 문제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해결책과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존경했던 한 리더는 비슷한 위기 상황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배포 정책이 일관되지 않아 일부 환경에서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두 개의 TF팀을 구성하겠습니다.
한 팀은 발생한 오류를 복구하고, 누락된 패키지를 점검합니다.
다른 한 팀은 자동화 테스트 프로세스와 정책 표준화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에는 명확한 문제 정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그리고 역할 분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팀원들은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결국,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올랐고, 팀의 사기도 올라갔습니다.
모든 리더역시 완벽하지 않기에 항상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부족함을 인정하고, 최선의 대안을 제시하려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통제 가능한 부분에 집중합시다.
데이터 복구를 최우선으로 하고, 복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대한 예상해봅시다.
이런 태도는 팀원들에게 현실적인 신뢰를 제공했습니다. 모호한 희망보다는, 현실적인 믿음을 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실제 현실에서는 상황이 개선되기 전에 일시적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면, 초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고 몸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또한,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복용하면 처음에는 부작용으로 인해 몸이 불편하거나 더 나빠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비즈니스에서도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있는데 바로 J-Curve입니다.
변화 과정에서 초기에는 고통과 혼란이 따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이죠.
하지만 이 이론조차 구체적인 행동 없이는 적용될 수 없습니다. J-Curve가 성립하려면 리더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며, 과정 중 피드백을 통해 조율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 모호한 리더십에 처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단순히 불만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주체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리더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먼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선순위를 정리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처럼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면 리더도 문제의 핵심을 다시 살피게 되고, 팀의 방향을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질문은 리더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스스로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리더가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문제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때는 우리가 먼저 진행 상황과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전달해야 합니다.
현재 A, B, C 세 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어떤 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추가 리소스가 필요합니다. 지원을 요청해도 될까요?
리더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팀의 의견을 리더에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조직이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조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호한 리더십 아래에서는 답답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왜 이렇게 애매하게 말하지? → ❌ 감정적 반응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 현실적 접근
냉정하게 현실을 분석하고,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더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팀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호한 리더십 속에서도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팀이 나아갈 길을 만들어가는 태도가 결국 조직의 성과를 결정짓습니다.
우리의 행동이 신뢰를 형성하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조직의 중심이 됩니다. 명확한 방향이 없을 때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팀을 조율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직 문화도 점차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변화는 누군가의 지시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그 문화를 바꾸는 것은 결국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입니다.
변화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바로 우리의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https://youtu.be/5vx4PStqVXE?si=TJ5YPV_PgDdrtU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