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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크리에이터가 되었습니다

사람보단 컴퓨터가 편했던, 그런 사람의 이이기

by 퉁퉁코딩

나만의 콘텐츠

사람과 가까워지는 일은 늘 서툴렀습니다.

대신 컴퓨터와 친해졌고,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지금은 컴퓨터라는 매개를 통해,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사람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글이라는 방식으로요.


2025년 5월 21일, 에세이 분야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는 알림을 받았습니다.

인정이란 언제나 기쁜 일이죠.

주변 지인에게 칭찬받는 것도, 공식적인 타이틀을 얻는 것도 모두 감사한 일입니다.

어디 가서 어깨 한번 으쓱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사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부터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목표는 없었습니다.

처음도 지금도 저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내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남기는 나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게 글이 될지, 영상이 될지, 강연이 될지 아직은 저도 모릅니다.

어쩌면 아직 떠오르지 않은 방식일 수도 있겠지요.

다만 무엇이 되었든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브런치까지

저는 개발자로 일하며 틈틈이 새로운 것들을 배워왔고, 그것들을 어딘가에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그 기록의 첫 실험이었던 유튜브는 2019년에 시작됐습니다.

https://www.youtube.com/@tungtungcoding9289/videos

영상 편집 대신 파워포인트를 공부했고, 제 채널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PPT로만 만들었습니다.

1년쯤 지나자 조금씩 조회수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바쁜 업무와 결혼, 소재 고갈이 겹치며 어느새 3년 넘게 업로드를 쉬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AI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고,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영상 제작이 가능하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3년간 잠들어 있던 채널은 이미 유튜브 알고리즘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새로 올린 영상들의 조회수는 바닥이었습니다.



노출을 위한 실험, 브런치

유튜브만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채널의 노출 기회를 넓히기 위해 시작한 것이 브런치였습니다.

영상 대본을 다듬어 글로 바꾸고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며칠 뒤, 작가 선정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작가 선정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글을 자주 봐서인지, 한 번에 합격했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하지만 글도 영상과 마찬가지로 처음엔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몇 편을 올려도 반응은 없었고 조회수도 거의 없다시피했습니다.



직장생활로 시작된 연재

그러다 연재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꾸준히 쓸 수 있는 주제는 뭘까?

생각 끝에 떠오른 건 직장생활이었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 마음이 가장 많이 흔들리는 곳.

그 안에서 겪는 일들을 심리학 이론으로 풀어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소연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 같기도 한 글들이었습니다.


그중 '휴직'에 관한 글이 처음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응원까지 받았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그날 회사 동료들에게 커피를 돌렸습니다.

재미있게도 제 생일날, 이 글은 처음으로 조회수 1,000을 넘겼습니다.


그 뒤 '커리어 경로'에 관한 글이 DAUM 직장IN 카테고리에 소개되며 조회수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제 첫 만 단위 조회수를 기록한 글이 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developer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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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조금씩

그리고 어느 날, 평소 취미로만 삼았던 요리를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코딩보다 요리를 유튜브에 올려보라는 소리를 지인들에게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하지만 취미가 의무가 되면 흥미를 잃을까 봐 유튜브로는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소소하게 브런치에서 글로 풀어내보기로 했습니다.

그저 아내에게 밥해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셨습니다.

저희의 소소한 일상은 글을 통해 더 아름다워졌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onlyoneplate


예상 밖의 결과, 크리에이터 선정

그렇게 써온 글들이 어느덧 브런치 모바일앱의 구독자 급등작가, 에디터픽 최신 글, 요즘 뜨는 브런치북, 오늘의 작가, 브런치스토리 인기글 탭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PC버전 메인에도 올라갔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에게 자랑하며, 스스로 기특하다고 여겼습니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두 가지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직장생활을 심리학으로 풀어내는 이야기, 또 하나는 아내와 밥해 먹는 일상의 기록입니다.

크리에이터로 선정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꾸준한 작가가 선정된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가 써온 이 글들이 모두 에세이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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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은, 사람에게

저는 에세이 책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요리 연재를 시작하고 나서야 도서관에서 요리 에세이들을 빌려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에세이라는 장르를 배워가는 중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선정은 저에게 참 신기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사람과 가까워지는 데에는 여전히 서툴지만, 이제는 컴퓨터 너머 누군가와 글로 연결되어 가는 중입니다.

조금씩 사람에 대해 배워가고 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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