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3시에 가장 먹기 힘든 음식

콜레뇨(체코식 족발)

by 퉁퉁코딩

아내는 평소 외식은 물론이고 배달조차 거의 하지 않는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맛집 탐방'이라는 말과는 애초에 거리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맛집'에는 관심이 있었고 '탐방'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끔 아내는 아주 분명하게 말한다.

"오늘은 상큼한 게 먹고 싶어."

"오늘은 가볍게 먹고 싶어."

"오늘은 자극적인 게 먹고 싶어."

다만 망설임 없는 이 말들 뒤에 "어디가 좋을까?"라는 질문은 따라오지 않는다.


아내는 새로운 맛을 발굴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실패하지 않을 식사를 고르는 쪽에 더 가깝다.

그럴 만도 했다.

웬만한 맛집은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 높은 장모님표 가정식이 늘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굳이 지도 앱을 켜고 평점을 비교하고, 줄을 서며 검증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미 집 안에 정답지가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 역할을 장모님 대신 내가 맡고 있다.

메뉴판 없는 우리 집 식당은 그날의 기분과 재료 사정에 따라 메뉴가 정해지고, 손님은 단 한 명뿐인 곳이다.

아직도 아내가 '탐방'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적어도 내 요리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없는 듯하다.

아직까지는 별점도 높고, 후기도 대부분 칭찬 일색이다.

덕분에 이 식당은, 생각보다 운영이 까다롭지 않다.



하지만 연애 초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둘 다 학생이었고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내 집이 생기면 요리를 해주겠다는 말만 건넸을 뿐이다.

그 언젠가를 막연히 기다리며, 당시의 식사는 대부분 외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외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아내, 그러니까 그 시절의 여자친구에게 나는 유난히 많은 '처음'을 선물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가서 먹는 족발이었다.

학교 근처에 제법 유명한 족발집이 하나 있어 그곳으로 여자친구를 데려갔다.

가게에 도착하자 그녀는 마치 동물원에서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신기한 동물을 본 사람처럼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며 메뉴판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조금은 의아할 만큼 진지한 표정이었다.

알고 보니 아내에게 족발은 당연히 배달로만 먹는 음식이었다.

집 문 앞에 비닐봉지에 담겨 도착하는 모습이 족발의 전부였던 것이다.

그마저도 흔한 일은 아니었고, 족발집에 가서 앉아 먹는다는 발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나온 족발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배달 과정에서 식지 않은 족발에 아내는 금세 빠져들었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음, 부드러워."

"음, 촉촉해."

를 연발하더니, 급기야

"오빠, 껍질 있는 부분 내가 더 먹어도 돼?"

라고 묻기 시작했다.

막국수나 주먹밥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오로지 족발에만 집중하다가, 배부름을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니 오늘 데이트의 주인공이 나인지 족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맛있게 먹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데려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 마음이 은근한 질투로 바뀌려 했다.


그날의 족발은 아내에게 꽤나 새로운 세계였던 모양이다.

맛뿐 아니라, 뜨거운 김과 가게의 공기, 접시에 담긴 모습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그 이후로 아내는 가능하다면 족발은 꼭 가게에 가서 먹는 쪽을 선택하게 되었다.

탐방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었지만, 적어도 족발만큼은 '직접 가서 먹는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된 셈이었다.



몇 해 전 어느 주말, 아내와 미용실에 갔다가 외식을 하고 집에 돌아오기로 했다.

아내는 뿌리 염색에 펌을 하고, 나는 커트를 했다.

거울 앞에서 각자의 변화를 확인하고 나오니 시계는 오후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뭐 먹을까?"

잠시 고민하던 아내가 말했다.

"족발이 끌려."


미용실 근처에서 평점이 가장 높은 족발집을 찾아 약 십 분 정도 걸어갔다.

머릿속에는 이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족발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가게 앞에 도착한 순간, 유리문에 붙은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브레이크 타임.

근처에 있던 족발집 세 곳을 더 찾아갔지만 결과는 같았다.

누구보다 맛있게 먹은 뒤 감동의 후기까지 남겨줄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우리를 반겨주는 곳은 없었다.


다른 음식을 먹자고 말했지만 아내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애써 머리를 굴리며 다른 방법을 꺼냈다.

"그럼 우리 예전에 학교 앞에서 먹던 그 족발집으로 가볼까?"

그 말을 하자 기억속의 맛을 떠올린 아내의 얼굴은 다시 환해졌다.

택시를 타고 우리가 졸업한 학교 앞으로 향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더 심각한 상황을 마주했다.

가게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건 매운 닭발집이었다.

근처에서 맛있기로 유명했던 또 다른 족발집도 찾아갔지만, 그곳 역시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그날 우리는 총 여섯 곳의 족발집을 찾았다.

다섯 곳은 브레이크 타임이었고, 추억의 식당은 이미 폐업한 뒤였다.

주말 오후 세 시라는 시간대가 그렇게 잔인할 줄은 미처 몰랐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말했다.

"와, 주말 오후 세 시에 제일 먹기 힘든 음식이 족발인가 봐. 배달은 될 것 같은데, 그냥 집에 가서 시켜 먹을까?"

아내는 잠시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

"아니야. 배달 말고, 식당에서 족발을 먹고 싶었어."

결국 우리는 방향을 틀어 대학생 시절 자주 가던, 떡볶이가 밑반찬으로 나오는 백반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배는 채웠지만, 작은 아쉬움만 남은 하루였다.



토요일이었다.

아내는 네 시쯤 외출할 예정이고, 그 이후에는 따로 저녁을 챙겨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오후 세 시에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그 음식이 떠올랐다.

주말 오후 세 시, 가장 먹기 힘든 음식 바로 족발말이다.

다만 아내에게 이미 한 번 선물했던 '갓 나온 족발'에,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의 특별함을 더해 또 하나의 처음을 건네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은 조금 낯선 족발이었다.

한약재를 넣고 푹 삶아내는 익숙한 스타일이 아닌 동유럽식 족발.

오늘의 메뉴는 체코식 족발, 콜레뇨다.


먼저 돼지 장족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월계수잎과 통후추, 소금을 더해 두 시간 반 정도 삶았다.

오븐 트레이 바닥에는 양파를 넉넉히 썰어 깔고, 충분히 삶아진 고기를 그 위에 올렸다.

그 다음은 조금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날카로운 칼로 껍질 부분을 가능한 한 많이, 다만 깊지 않게 찔러준다.

식용유에 머스터드, 파프리카 가루, 캐러웨이 씨드, 다진 마늘을 섞어 양념을 만들고, 고기 전체에 골고루 발라준다.

오븐에 넣고 사십 분 정도 돌리면 고기는 준비된다.

디종 머스터드와 홀그레인 머스터드, 사워크라우트를 곁들이면, 콜레뇨가 완성된다.




김이 오르는 족발을 앞에 두고 식사를 시작했다.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일회용 장갑을 끼고 뼈를 뜯어 먹던 익숙한 족발을 포크와 나이프로 먹으니, 같은 음식인데도 확실히 다른 식사가 되었다.

괜히 씹는 속도도 느려졌다.


속살은 포크를 대도 결이 자연스럽게 풀릴 만큼 부드러웠고, 껍질은 꼬들꼬들하게 탄력이 살아 있었다.

한약재의 진한 향 대신, 파프리카 가루와 캐러웨이 씨드의 향신료 향이 그 위를 천천히 지나갔다.

낯설다기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던 족발이 잠시 다른 나라에 다녀온 것 같은 맛이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새롭고, 그래서 더 재미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였다.


곁들여 준비한 소스들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사워크라우트는 시큼하게 절인 양배추였는데, 한 입 먹자마자 한국식 족발에 겉절이나 무말랭이를 곁들여 먹는 맛이 떠올랐다.

낯선 재료였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두 가지 머스터드는 톡 쏘는 맛으로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었고, 자연스럽게 쌈장이나 새우젓을 연상시켰다.

나라만 다를 뿐, 고기를 대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체코는 1인당 맥주 소비량 1위를 자랑하는 나라다.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콜레뇨를 먹고 있으니, 평소 맥주를 거의 마시지 않는 아내마저 이건 분명 맥주 안주라고 인정했다.

맥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집에 맥주는 없었다.

대신 콜라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마저도 나쁘지 않았다.

냉동실에는 아직 돼지 장족이 하나 더 남아 있다.

다음번에는 꼭 맥주를 준비해 두고 먹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자연스럽게 다음 콜레뇨를 기다리게 되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아내가 물었다.

"이건 왜 만들어보게 된 거야?"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가장 간단한 이유부터 꺼냈다.

"유튜브에서 조리법을 보게 됐는데 생각보다 쉬워 보였어. 시간은 좀 걸리지만 삶고 오븐에 넣는게 전부였거든. 그리고 맛이 궁금했어."

그 대답은 틀리지 않았지만, 왠지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나 아내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과연 내가 정말로 맛이 궁금해서, 조리법이 어렵지 않아 보여서 콜레뇨를 만들게 된 걸까.

만약 그게 전부였다면 나는 혼자서도 콜레뇨를 만들어 먹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곱씹어 봐도 혼자였다면 만들지 않았을 것 같다.

귀찮았을 테니까.

아내가 집에 없을 때 혼자 먹는 밥은 종종 라면으로, 혹은 냉동 즉석식품으로 해결되곤 한다.

요리에 들이는 수고는 생각보다 상황을 많이 가린다.


그런데 조리 과정이 길고 손이 가는 요리라도, 아내가 맛있게 먹을 것 같은 음식 앞에서는 이상하게 의욕이 생긴다.

어렵다는 생각보다 먼저, '이건 좋아하겠지'라는 상상이 따라온다.

맛은 분명 궁금해야 한다.

하지만 그 궁금증을 끝까지 밀어붙이게 하는 건, 결국 함께 먹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내가 콜레뇨를 만든 이유는 궁금했던 맛을 아내와 나란히 앉아 즐기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기뻐하며 맛있게 먹는 아내의 반응은 덤처럼 따라왔다.

아내에게 처음을 선물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처음을 선물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받은 쪽은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내의 후기

콜레뇨
★5.0점
캐러웨이 씨드의 독특한 향이 인상적인 체코식 족발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향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먹을수록 오히려 그 향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껍질과 속살 모두 부드러웠고, 바닥에 깔린 소스가 듬뿍 배인 양파와의 궁합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사워크라우트의 새콤한 맛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족발을 잘 잡아주며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줬어요.
머스터드 소스들은 단맛이 강하지 않아 부담 없이 곁들일 수 있었어요.
족발의 풍미를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고기와의 궁합도 역시나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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