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의 아침은 활기차다?
마트의 아침은 활기차고 시끌벌적하다?!라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정말 그런가 곰곰 생각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개장 준비를 하는 직원들의 표정을 보면 활기차다기보다는 분주하고 새 하루에 대한 기대보다는 또 같은 날의 시작에 대한 무료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출근하면서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게 직장인의 아침 아니겠는가.
이런저런 코너의 타임세일을 알리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면 음악 소리에 마이크 음성까지 버무려져 아주아주 소란해진다. 장을 보러 온 손님에게는 반가운 소리인데 내내 듣고 있다 보면 귀가 왕왕, 잠시 잠깐 스피커 코드를 뽑아버리고 싶다.
마트 안 제빵소의 아침은 또 다르다. 제빵실 안의 대화는 거의 끊이질 않는다. 역사, 외국어, 드라마, 정치, 주식, 스포츠 등등 대화 주제도 다양하고 귀 기울여 듣노라면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손은 빵을 담고 있으면서도 귀는 쫑긋, 부장님들 아재개그에 쿡쿡 웃을 때가 많다. 이왕 하는 일 즐거우면 좋지 아니한가. 뜨거운 오븐 열기에 지치고 힘들 만도 하다.
처음 일하고 몇 주 지나 와, 덥지 않으세요? 하고 물은 적이 있는데 덥다고 생각하면 일 못하지~하는 답이 돌아왔다. 시간이 흐르며 베이킹 판을 꺼내고 튀김기 앞에서 일하며 팔이며 손에 데인 자국이 생기고 옅어지고 다시 늘어나는 게 보인다. 그래도 일의 고됨보다는 빵 반죽을 하며 이야기도 하며 즐거이 일하시는 걸 보면 그래, 일은 저리 해야지~ 하고 또 배운다.
시간 알바는 업무 시간이 지나고 쌓이면 어찌어찌 알바비는 받는 탓에 시계만 들여다보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바삐 일을 하다 본 시계의 숫자가 아까랑 별반 다르지 않을 때 아~ 이건 현실이 아니야~ 할 때도 물론 있다. (많나?) 근데 웃으며 즐겁게 일하는 날 퇴근 시간은 훨씬 빨리 다가온다.
한가득 빵을 담은 판을 들고 진열대로 가는데 카트를 끌고 가다 선 손님이 계속 한자리에 머물러 있을 때. 빵 판을 든 채로 눈이 마주쳐도 그냥 제 볼일만 보고 있는 손님들을 보면 "잠시만요~" 하고 비켜달라고 하고 싶지만 꾹 참고 기다려본다.
일하면서 제일 시간이 안 갈 때가 무거운 거 들고 오가는 손님들이 비켜나길 기다릴 때다. 팔은 무거운데 왜 여기들 서 계시나. 나는 아니 보이시나. "이럴 땐 꼭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아요." 하니 같이 일하는 언니도 끄덕끄덕한다. 왜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은 투명 인간 취급을 할까? 오가며 카트로 일하는 사람을 치받아 놓고도 미안하다 하는 손님이 별로 없다. 외려 왜 거기 서 있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일은 잦아도. 하하. 그럴 땐 인중에 땀이나 치워내고 싶던 마스크가 고맙다. 눈으로 웃으며 입으로 쭝얼쭝얼해도 티가 안 나거든.
앗, 좋은 생각~ 좋은 생각~
다음 알바날엔 또 어떤 하루가 지날까? 하루하루가 같은 듯 달라서 주말 아침에 나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퇴근즈음엔 뒷벅지도 땅기고 발바닥도 저릿해 오지만 다시 다가 오는 아침은 반갑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