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늙는 게 진짜 늙는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요

by 뚱이

수업 시작 2~3분 전

사무실 앞에서 빼꼼 고개를 들이민 학생분이 "선생님~"하고 부르신다.


난처한 미소를 띤 얼굴로

"에효 애들도 아니고, 그냥은 참아보겠는데 이건 참을 도리가 없어서... 선생님 혹시 여분이 없지요?"


맥락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평소와 달리 짙게 풍기는 체취와 분위기로 얼른 알아듣고


"속옷 여분은 없는데 어쩌죠?" 하고 뒷모습을 보니 겉으로 표시가 많이 난다.


"두를만한 보자기 같은 건 없을까요?" 하시는데 사무실에 있는 거라곤 날이 더워질 때까지 미처 치우지 못한 담요뿐이다.


임시방편으로 홍보용 피켓에 붙였던 현수막 천이 있어 대각선으로 접어 허리에 둘러드렸다. 헹궈 나오신 속옷 담을 비닐백 챙겨드리고 화장실에 들어가 보았다. 치우느라 애쓰신 티가 역력한데 세면대와 바닥, 변기커버에 흔적이 많이 남아있어 급히 세제를 풀어 닦고 물을 뿌렸다.


다른 반은 이미 수업을 시작해 선생님들과 학생들 음성이 들렸다. 쉬는 시간에 드나들며 누구라도 먼저 보면 이게 무어냐 말이 번질 터라 더 손이 바빴다.


수업 시작 시간은 이미 지났으나 소란을 피울 일은 아니라 조용히 서둘러 뒷정리를 하고 교실에 들어가 인사를 나누었다.


"죄송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어요. 수업 시작할게요~" 하며 엉덩이 빵실 거리며 들어가 여느 때처럼 수업을 시작했다.



중장년층 학습자들이 대부분인 학습 공간이다 보니 예기치 않은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실금 하시는 분들도 가끔 계신데 조용히 수습하는 요령도 점점 늘어간다.


많이 부끄러워하시고 미안해하시지만 나이 먹어가며 늘어가는 것이 주름만은 아닌 것을 어찌 미안해하실 일인가. 몸은 주름져 고와 보이지 않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명심보감에서 어린 자식 똥오줌은 꺼리지 않으면서 부모의 눈물과 침은 싫어한다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있다. 효에 관한 내용이었던 듯한데 오래되어 선명하진 않다.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들으며 괜찮아요~ 저도 그럴 텐데요. 한다.


배움터에서 학생분들과 생활하고 수업을 하면서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유치부, 초등 저학년 아이들 수업을 할 때도 비슷한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저 묵묵히 정리하고 하던 일을 이어간다.


몸이 늙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마음이 늙는 게 부끄러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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