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한결같은 마음이 고마워요

by 뚱이


비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금요일

오전에 회사 온라인 교육이 있던 날이다.

여느 때라면 딸아이 등교시키고 배움터로 가서 수업 준비하고 학생분들 맞이할 텐데 이날은 오전에 줌으로 학년별 관리 교사 교육이 있는 날이라 다시 집으로 갔다.

해도 티 안 나는 집안일을 좀 하다가 샤워하고 컴퓨터 앞에 카메라 덮개를 열고 앉았다. 바로 다음 주에 본사에서 집합교육이 있을 예정이라 이날 교육은 한 시간 내로 짧게 끝났다. 파트 미팅도 집합 교육 마치고 할 예정이라 '점심 잘 먹고 오후 업무시간에 다시 보자.' 메신저로 짧게 인사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방으로 나와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 거실에 앉아 하나하나 개면서 TV를 보는데 바람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아침부터 한두 방울씩 내리던 비도 굵은 빗줄기로 바뀌었다. 비가 들이칠세라 창문턱이 좁은 아이들 방 창문은 환기만 되게끔 닫고 다시 앉아서 빨래를 개고 있었다.

"우당탕탕!"

안방에서 뭔가 떨어지고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어, 아무도 없는데 뭐지? 하고 들어서니 이런…

벽을 보고 수업을 하니 해가 지는지 달이 떴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흐르고 우울해져서 창문 앞으로 책상을 옮긴 탓일까. 창밖에서 들이친 바람에 모니터가 받침대 위에서 책상 모서리로 떨어져 있었다. 업무용 법인폰은 거치대 채로 바닥으로 떨어져 있고.

저거 괜찮은 건가? 놀라는 일 있을 때 늘 하던 버릇대로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톡을 보냈다. '힝ㅜ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모니터부터 들어서 확인했는데 육안상으론 괜찮아 보였다. 그다음 업무 폰도 켜보니 천만다행으로 이상이 없었다. 모니터는 듀얼로 쓰고 있어서 하나 고장 나도 당장 문제는 없는데 업무 폰은 이상이 있으면 당장 오후부터 수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상 작동되는지 확인할 때까지 두근두근했다.

나중에 컴퓨터 켜고 모니터 확인해 보니까 몇몇 군데점 찍힌 것처럼 까맣게 나오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쓰는데 지장은 없어 보였다. 남편은 다친 사람 없으면은 됐다고 괜찮냐고 하고.



처음 우리한테 생겼던 자동차, 첫 차를 몰고 나갔다가 운전석 문자를 거하게 긁고 왔을 때도 안 다쳤으면 됐다고 했었다. 뭔가 큰일이 있어도 늘 변함이 없어서 이럴 때마다 생각이 나는가 보다.

긴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고 늦은 밤 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누워 빗소리를 들으니 지난주 놀랬던 것도 생각나고 고마웠던 남편의 답장도 생각이 났다. 먼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살짝 안아 주고 싶은데 새벽에 나가려고 일찍 잠든 터라 혹시나 깰까 봐 바라만 보고 말았다. 새벽에 일하고 아침에 들어오면 꼭 안아줘야지.


Gemini한테 남편을 안아주는 그림을 그려달랬더니 여자 팔이 세 개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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