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룬 것만큼, 이루지 못한 것도 자랑스럽습니다 - 스티브 잡스
I'm as proud of what we don't do as I'm of what we do - Steve Jobs
하루를 시작하며 카톡 하나를 날렸다.
좋은 꿈 꾸셨냐고, 오늘도 화이이팅입니다.
어제 점심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많이 지친 부장 한분께 날렸다.
여기저기 사방팔방에서 날라오는 화살에 상처받은 채로 풀썩 주저앉은 상태였다.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들어주고 '맞아요', '너무 했네' 맞장구 쳐주는 것.
그리고 오늘에 결전에 나서는 그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결과는? 알 수 없다. 알 필요가 있을까? 적어도 한 명 정도는 같은 편인 것을 느끼면 되지 않을까?
페북에 이상한 셀카를 올려놓은 녀석에게 밥이나 먹자고 댓글을 달았다. 며칠 전에.
'오늘 먹냐구?' 댓글이 달렸다. '바쁘니까 구내식당으로 오라'고 또 달고
'알겠다'는 녀석. 그러자꾸나.
다운타운서 일보고 찾아온 녀석과 지하에서 도시락 까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궁금한 게 있다고 썰을 풀길래 맞장구 쳐주고 아는 이야기 거들었는데
느낌이 녀석이 이미 고민 다 한 것들. 녀석도 어디 이야기할 데가 없었구나.
그래서 '잘 아네', '그렇게 하면 되겠다', '필요하면 불러라. 도와줄테니.'
커피 한잔 하자는 녀석. '바쁘다' 했더니, ㅋ 그래도 가잔다.
짜증나는 말투로 '니가 내'. '정말?' 되물으며 장난친다.
회사 옆 카페에서 주문하더니 정말 지가 낼려고 한다.
미친X, 내 구역에서 니가 왜 내냐구.
구름과자 먹으러 나가서 별 이야기 했더만. 대뜸 지난 번 사고 났던 이야기를 꺼낸다.
갈비뼈에 금이 갔었다구. 남의 일처럼.
이러쿵 저러쿵. 아팠었구나. 많이. 자식.
많은 손님에 초짜인 듯 바리스타(?)가 오랜만에 내준 커피를 들고 복귀길.
녀석은 3주간 있었던 정부와의 드러븐 줄다리기를 털어낸다.
뭐 이런 미친X들이 다 있는지. 뺑이를 일부러 돌린 듯. 맘 고생 심했겠다.
녀석. 이래저래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었는데.
밥이라도 커피라도 같이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훅 하고 들어온다.
미안타, 나만 힘든 줄 알았다. 된장.
좀 더 신경쓰마.
긴 글. 차갑고 무기력한 글들을 써 내려가다보니 기분도 꿀렁.
오후 내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퇴근 길.
교회 집사님과 함께 집까지 내려간다. 가는 길에 목사님과 저녁도 할 겸.
이래저래 교회 이야기, 사는 이야기하며 그렇구나 하며 체증을 뚫고 내려와서, 쿵.
새일꾼반을 푸시받는다. 두분이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이미 일은 다 정리된 상태.
심경을 밝힐 기회도 없이 그렇게 나는 미래의 새일꾼이 돼 있었다.
오늘 뭐지?
집에 들어와보니 아이들이 내일 교실에서 친구들, 선생님께 줄 발렌타인데이 기프트를 포장중.
아내는 큰 애가 오늘 일이 좀 있었다며 애한테 직접 이야기해보라고 푸시.
애는 '뭐 그런 걸 다', '안 해!'. 그러길래 살살 달래서.
큰 애는 두서없이 긴 이야기를 논리없이 중간중간 울컥하면서 말을 이어간다.
자식, 이놈도 힘들었구나.
그저 들어주며 '맞아', '그건 아니지', '좀 심했네'. 안 되는 영어로다.
기분 좀 풀어지나부다. 그럼, 애도 아닌데 지도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겠지.
지편이 하나쯤은 있어주는게 가족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오늘 하루 위로받고 위로주고 그렇게 긴 하루.
하지만 돌아볼 수 있고 또 이야기나눌 수 있어 슬금 미소 나오는 하루.
2016년 42번째 날이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