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 커피물을 끓이고 힐링커피서 받은 원두를 갈아 음미한다.
따뜻한 봉지, 다방커피가 있었다면 그리 마셨겠지만 그마저 없어 수고를 더했다.
소주 한잔 땡기는 그런 날이다.
빗줄기가 시원하게 하늘을 가르고
일상은 늘어져 의미없이 시간이 흘렀다.
하루를 돌아보니 그저그런 일들이 지나간다.
정신없이 보낸 오전을 지나 점심에는 후배와 자장면 한 그릇.
후배는 벤처캐피탈을 하려고 지난해 9월 LA에 왔다.
5개월여. 여러 일들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그랬다고 한다.
다음 달에는 잠시 한국에 나가 일을 보고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일상에 치여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보지는 못했는데 스스로 잘 헤쳐나가고 있는 것 같다.
꼬박꼬박 선배 대접을 해주니 우쭐하기도 하고.
그런데 후배는 생각이나 행동이 나와 조금 다른 것 같다.
언뜻언뜻 비추는 말들이나 행동이 바라보는 지점이 내가 좀 낮다.
후배가 보고 그리는 스케일 자체가 크고 레벨이 높기 때문인지
대화를 하다보면 중간중간 날선 칼처럼 스치는 지점들이 생긴다.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
그러다보니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먼 타향에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말들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면 되지.
일들은 산처럼 쌓여간다.
민감한 기사들에 신경쓰다보니 지치고 졸리고 힘 빠지고.
저녁 약속이 있었다고 캘린더는 알림을 넣어주는데
약속했던 그 분은 연락이 없다. 샌호세에서 못 내려왔나?
다른 일이 생겼나보네. 퇴근길에 나섰다.
오후 들어 내리던 비는 굵어져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언제 비 맞아 보겠냐 싶어서 전철역까지 무리하지 않게 걸어갔다.
그런데도 메트로시간은 잘 맞췄다.
부에나파크에 내려서는 어바인에서 큰 아들과 체증을 뚫고 올라오는 아내를 기다렸다.
2시간을 운전했단다. 여기는 다 그렇다. 비가 오면 길은 차들로 줄지어선다.
저녁은 케니네. 아내 사촌언니네 집에서 김치국에 불고기로.
집에 와서는 COC 좀 잡고 있다 잠들었다가
아내 발 주물러주다가 내려와서 커피 마신다.
하루가 이렇게 간다.
순간순간 바쁘지만 지나고 나면 의미없는 것 같은
그런 일상들이 스친다.
힘 빠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