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일; 두려움 Afraid 怖

두려움은 환상이다 - 마이클 조던

by bjh

출근. 월요일 회사 가는 발걸음은 늘 그렇듯 무겁다.

피곤하고 왠지 더 힘들고 그렇다.


연착한 메트로를 타는 행운을 잡았다.

예상한 시간에 도착한 사무실,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하려는 찰나.

데스크의 모친상 소식을 들었다. 갑작스런 일.

늘 예기치 않은 일들은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프레임에 갇혀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려 조금의 틈이 벌어지면 혼란스럽고 좌충우돌된다.


오늘은 번역 몇가지와 내방 인터뷰 그리고 취재.

대충 계산해보니 집중해야될 시간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찰스와 여유있게 점심을 먹고 들어와서.

사실 여유라기보다 지금의 현실에 대한 푸념과 불만, 냉소와 무기력, 짜증을 같이 풀고

다시한번 힘내자며 화이팅을 외치고 앉아서 일에 복귀한다.


2009012101019_0.jpg

그런데 몇가지 번역이 손에 안 잡힌다.

첫 문장이 술술 잘 써내려져가는 날이 있다.

그렇지 않은 날은 개고생이다. 더욱이 영어 원문이 복잡한 방정식으로 보이는 날은 더 그렇다.

무슨 뜻인지 뉘앙스는 알겠는데 본문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되는 것도 그림이 그려지는데

키보드를 두드리면 이상한 글들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이, 다시 읽어봐도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이 마침표도 없이 줄지어 늘어선다.

과자 한 모금하고 들어와도 답이 없기는 한가지.

몇 번을 읽어도 감이 안 잡히는 그런 글마저. 이런 된장.

능력이 다한건가. 이제는 번역기사마저 쉽지 않아진 건가. 자괴감이 들기도 또 두려움이 한켠에 자리잡는다.


우여곡절, 자신없는 키보드질에 대충, 억지로 마침표를 찍는다.

대충 숙제를 마친 학생이 선생님을 기다리듯 눈치를 살핀다.

아니나 다를까. 냉정한 지적이 되돌아온다.


어디서부터일까. 이 두려움, 막막함, 초라해짐, 무기력, 자신없음의 근거는.

장 선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도 그렇고.

돌아오는 메트로에서는 시스템을 계속 생각해본다.

내 탓이 아니라 구조의 잘못이란 것. 가정, 회사, 꿈의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에 생각에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결국 흐리멍텅하게 시간 때우다 학교 프로젝트하는 큰 애를 잡고 냉장고를 부탁해 한편을 보고 나니

자정이 넘었다. 뭐했지, 오늘?

된장.


요즘은 이런 날의 연속이다. 흐리멍텅에 대한 자각,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매질.

다시 부딪힌 일상의 두려움. 게다가 미루기까지.

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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