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100일이 넘은 오늘,
불확실을 제거하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줄은 예상과 달리 길었다.
기대와 달리 출근하지 못하고 N3 방으로 불려들어갔다.
그리고 기나긴 불안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조마한 마음은 성경구절로 가라앉혔다.
별의별 생각, 안 좋은 추억들이 떠올랐지만 그렇게 심장이 두근거리지는 않았다.
이름이 불리고 또 다른 도움을 구하고 기다리고
4층에 가서 상담을 받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또 기다림.
사서는 무언가 잘못됐다며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오전은 지나버린 시간, 점심이라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방문은 닫힌다.
멀뚱해진 얼굴로 밖으로 나오니 비가 간간이 떨어진다.
길게 과자를 뿜어내며 천천히 오전 일을 정리해본다.
이변에게도 문자를 보내 상황을 정리하고
와이프에게도 간략히 설명하고
배는 고프지 않은데 남들은 밥 먹으러 떠난다.
무리에 이끌려 헤매다 잭인더박스에 발을 들여놓고
왁자지껄 떠드는 고등학생들의 무리에 파묻혀
비생산적인 걱정과 불안을 한바가지 쏟아낸다.
다시 돌아온 N3, 그리고 기다림.
10분, 반시간, 1시간, 2시간
사람이 와야 되는데 전화기에 찍히는 메시지는 길이 막힌단다.
전화는 잘 터지지도 않고 그나마 강력한 눈치에 들어볼 기회도 없다.
속 터지는 마음 한 켠에는 어서 이 방을 나갔으면 하는 소망만 간절하다.
불확실한 것은 없어졌지만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가시밭길이다.
3시반. 급하게 마무리되고 방을 나선다.
이런저런 말들을 뒤로 하고 무얼 할까 고민하다 역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플랫폼에는 이미 기차가 떠나고 있다. LA도 글렀다.
무얼 하지, 시간은 애매하고 서 있는 자리도, 미래도, 해야 될 일도 막막하다.
전화기 너머 와이프는 짜증이다.
온종일 신경 곤두세우며 기다렸더니 머리도 굳어 계산도 상황파악도 되지 않는다.
우여곡절 돌아온 집. 나른하다. 지치고 힘들다.
소파에 길게 누워 나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길었던 100여일의 시간들이 이렇게 지나갔다.
아니, 이제부터다.
어찌해야 되나.
※ 암호같은 이 말들.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 날엔가 이 글을 읽을때쯤이면
시원하게 풀어낼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그냥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