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다
덥다. 많이.
안 차장과 김 차장과 함께 차돌된장찌게를 거하게 먹고 돌아온 사무실.
좀 많이 먹었다 싶었다. 배도 더부룩하고.
모니터가 흔들리고 몸은 비비 꼬인다. 머리를 젖히고 아예 잠을 청해버렸다.
옆 자리에 윤팀장이 자리하는 기척에 남사스러워 깨 버렸다.
다리도 떨어보고 물도 마시고 필사적으로 깨어 보려 했지만 실패.
그냥 몸가는대로 맡기고 구석진 곳을 찾았다.
장차장이 안쓰러웠는지 비밀공간을 내어주고 불까지 꺼준다. 고맙게.
그렇게 10여분쯤 정신을 잃었나 싶었는데 왠걸 1시간이 훌쩍.
낮잠치고 길게 잤다. 그것도 월급쟁이가. 미치지 않고서야.
혹시 누가 알아차릴까봐 챙피해서 수습하고 밖으로 나와 과자 한 모금.
너무 퍼져 버린 듯 몸이 나른하다.
책상에 돌아와 밀린 일들 숨가쁘게 처리하자니 회의.
묵묵부답인 회의. 그냥 넘어가면 좋으련만 입이 방정이고 머리가 빨리 돈다.
처음에는 그저 그렇게 수고하신 분의 성의만큼 인정했는데
어디에선가 그랬는지 또 충돌이다. 같은 이야기 다른 접근. 동어반복. 화법이탈.
대충 수습하고 나선 사무실. 신발이 꽉 끼어 오른발 엄지 위에 커다란 물집이 터져버렸다.
발을 내딛는 것조차 힘든데 걸어가야 된다는 당위성은 저만치 와이프에게 문자 넣는다. 데리고 오라고.
한상에게 온 메시지, 전화. 이 녀석은 빠르다. 추진력은 정말 짱이다.
일이, 이벤트가, 사업이 네 맘처럼 너처럼 그렇게 되면 좋으련만 때가 있는 것이고 조금은 쉬어가야 된다고.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는 대신 돌려서 말했는데 눈치는 있는지 짜증이다.
나도 그렇다. 된장. 그렇게 쉬울 것 같으면 뭐든 못 하겠냐. 일을 안 한다는거냐, 청국장.
하여간 하루가 이렇게 간다.
정신없이 회의하고 밥먹고 졸다가 또 집중해 일하고 회의하고 전화받고 돌아오고.
구글링, 페북질 좀 하다가 길 잃어버려서 아고라에도 들렀다 뉴스도 봤다가 그렇게 훌쩍 가버렸다.
고마운 하루다. 56년 전 오늘 거리에 나섰던 수많은 열사들이 그토록 살고 싶었던 오늘.
제대로 살았나 싶다.
내일을 위해 이만 자야할 때. 안녕히 일어나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