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철학에서 음양은 하나 속의 둘로서 공존하는 뗄 수 없는 짝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모든 상황과 모든 사람에게는 음양이 반드시 공존한다. 그러나 음을 악, 양을 선으로 보는 이분법적 해석은 절대 금물이다.
음양의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는 변화다. 성질은 고유하지만 상황과 역할은 변화무쌍하다. 낮이라고 항상 햇볕이 쨍쨍한 것이 아니듯, 밤이라고 항상 어두운 것이 아니듯 음이라고 항시 어둡고 양이라고 항시 밝은 것이 아니다.
문화와 관점에 따라 같은 대상도 다르게 해석된다. 어떤 나라에서는 달이 여성을 상징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남성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따라서 상황에 맞는 해석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음양 분류를 보면 강하고 선한 것은 양으로, 약하고 악한 것은 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마도 오래전부터 태양신을 숭배한 인류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주학은 중재자 입장에서 중용을 중시하는 학문이다. 너무 밝아도, 너무 어두워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음양의 구분 체계로는 공간과 방향, 인간과 사회, 자연과 물질, 숫자와 형태, 심리와 상태 등으로 구분한다.
수의 기운은 창의성과 기획력이 키워드다. 사주에서도 수가 발달한 사람은 두뇌 회전이 남다르다. 문화 예술 등 창의적인 영역에서도 남다른 소질이 있는 수의 기준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지나친 감성에 빠지거나 자신 본위로 행동하다가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식으로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수 일간 혹은 사주에 물이 많은 사람들이 망신살로 자진해서 저세상을 가거나 교도소에 가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머리가 좋다고 꼭 좋은 일도 아니다.
사주 오행에서 예의를 아는 화의 기운은 사실 예의를 밥 말아먹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자꾸 예의를 강조하는 이유다. 화가 발달한 사람은 기발하고 번뜩이는 재주와 더불어 매력까지 갖춘 분들이 많다.
수 기운이 발달한 사주가 남을 주도하는 반면 화가 발달한 사주는 뭐든 자기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다. 나서는 것도 희생하는 것도 먼저 앞서가서 항시 문제가 되곤 한다. 게다가 끈기마저 없으니 난감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움은 덜 받고 용서도 잘 받는 재주와 매력이 넘친다.
화가 발달한 사주는 감정 표현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계 종사자도 많고 표현하고 발휘하는 데 특출한 소질이 있다. 예의와 명분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사실 남을 의식하는 데 일인자라 허세와 허풍끼가 남다르다.
탄생과 성장의 기운을 지닌 목이 사주에 발달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을 추구한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선두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누구나 일등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대체로는 질투도 많고 남이 잘 되는 꼴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점잖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만 목이 발달한 사주는 질투가 많은 게 흠이다. 세상 겸허한 척하고 어질어 보이지만 어질지 못해서 어질 인을 강조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목이 발달한 사주는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는 만큼 가르치는 직종에 소질이 있다. 교육, 문화, 신문, 문자, 표시, 지시와 연관 있는 학문에 관심이 많고 재주가 있다. 무엇이든 리더를 맡아야 직성이 풀리지만 리더를 맡지 못하면 참견이나 딴지를 잘 건다. 동정심도 많고 관용이 있지만 실제로 내면은 냉혹한 편이다. 길고양이는 잘 돌보지만 절대 자기 집에는 데려가지 않는 건조한 박애주의 기질이 있다.
수렴과 숙살의 기운에 속하는 금은 사주에서 창조적이고 변화무쌍한 기질이 넘치는 편이다. 금 기운은 숙살지기라 해서 상당히 두렵고 위험한 존재로 보는데, 알고 보면 세상 지질한 듯 비굴하고 부드럽고 단순한 성향이 많은 편이다.
겉만 우락부락하지 심성은 여린 성향이 많다. 의리의리 의리를 중시하지만 강조만 할 뿐 결정적인 순간에는 비굴한 모습도 곧잘 보인다. 의리도 중시하고 인정도 많지만 그런 만큼 절연도 잘하고 냉정하고 몰인정하다.
변화와 중재의 기운이 발달한 오행 토가 발달한 사람은 신뢰를 중시한다. 하지만 토도 토 나름인지라 항시 중용과 타협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중재는 오히려 금이 발달한 사주가 더 잘하고 실제 편 가르기 명수는 토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토가 발달한 사주는 종교나 사회학 지리나 부동산학에 소질이 있다고는 하는데 오히려 몸 쓰는 데 최적화되어 있어서 머리 좋은 운동선수 혹은 단순 노동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우직하게 공부만 하거나 한우물만 파는 데도 소질이 있다. 노래면 노래 문학이면 문학 관심 있는 분야에 독파하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토가 발달한 사주는 신용이라던가 됨됨이가 바르다고 하지만 거의 그런 사람은 드문 편이고 그냥 신뢰를 추구하지 꼭 그렇다고 볼 것은 못 된다. 일상에서는 분탕이 더 많다.
이처럼 사주 공부를 하는데 음양오행을 이해하는 핵심은 선악의 기준이 아닌 조화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고정불변한 것이 아닌 변화하는 특성으로 인정하며, 상황과 맥락에 맞는 해석을 하고, 균형과 중용을 추구하는 것이다. 음양은 사주학의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깊이 있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