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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인 saga

얼굴보다 머리색, 다재다능한 재능으로 빛났던 신데렐라

슈퍼모델 카렌 엘슨 스토리

by 무체

패션계는 종종 아름다움의 획일적 기준을 고집하는 산업으로 비판받아 왔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 엄격한 미적 규범에 균열을 내는 독특한 존재가 등장했다. 창백한 피부와 불같이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카렌 엘슨(Karen Elson)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79년 1월 14일, 영국 올덤의 가난한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태어난 카렌 엘슨의 성공 스토리는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와도 같다. 그녀는 전형적인 미인과는 거리가 먼 외모 때문에 '걸어 다니는 유령(The Ghost Who Walks)'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별명은 훗날 그녀의 첫 음악 앨범 제목으로 재탄생하며 그녀만의 개성을 상징하는 문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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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에 모델 경력을 시작한 엘슨은 처음에 독특한 외모가 약점으로 여겨졌으나, 오히려 이것이 그녀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 샤넬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그녀를 "중세 시대의 이미지와 다른 행성의 돌연변이 같은 혼합된 이미지"라고 평하며 애정을 표했다. 이 모호한 평가는 역설적으로 그녀의 독창성에 대한 찬사였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엘슨에게 이란성쌍둥이 자매 케이트 엘슨이 있다는 것이다. 케이트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더 '예쁜' 외모—올리브색 피부와 갈색 머리—를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이 전형적 미인상보다 개성을 갈망하던 시기에 카렌의 특이함은 오히려 경쟁력이 되었다. 패션 산업의 이런 패러다임 전환은 엘슨의 커리어에 결정적 기회를 제공했고, 그녀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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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슨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모델로서의 성공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2010년, 서드맨 레코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당시 남편이었던 잭 화이트의 프로듀싱으로 첫 음악 앨범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7년간의 결혼 생활과 두 아이를 낳은 후, 그들은 결별했다.

2018년에는 할리우드 여배우 드류 베리모어의 전 남편인 아트 컨설턴트 윌 코펠먼과의 연애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엘슨은 음악뿐 아니라 작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녀의 책에는 7살 때 독특한 외모와 가난으로 인한 학교 따돌림, 이로 인해 발생한 섭식 장애 등 자신의 취약한 순간들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그녀는 "인생 대부분을 변신하는 데 보냈다"라고 고백했는데, 이는 모델로서의 다양한 변신뿐 아니라 그녀의 다차원적 직업 변화를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카렌 엘슨의 성공 스토리가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사회적 기준에 맞지 않는 특성이 오히려 자신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녀는 주변의 비웃음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미적 가치관이 다양화되면서, 그녀의 '단점'은 '특징'으로, 나아가 '강점'으로 재평가받았다.

또한, 패션, 음악, 문학을 넘나드는 그녀의 다재다능함은 단일 직업에 국한되지 않는 현대인의 삶을 선도적으로 보여준다. 가난한 노동자 계급 소녀에서 글로벌 아이콘으로 거듭난 카렌 엘슨의 여정은, 자신의 독특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타고난 재능이 아닌 그녀만의 독창성과 끊임없는 변화 추구가 만들어낸 이 현대판 우화는, 획일화된 사회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카렌 엘슨의 삶은 미(美)의 정의가 확장되고 재해석되는 과정 속에서, 개성의 힘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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