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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체 Apr 29. 2024

새로운 세상


 출근길에는 증권 택시가 가장 인기가 많다. 증권 택시는 아무나 태우지 않는다. 혹시 멋모르고 타게 된다면 기본요금이 십만 원부터 시작한다. 택시 기사하면 연상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난폭함. 무식함. 이상한 곤조. 쓸데없는 박식함. 할 일이 없어서 마지막에 선택하는 그러나 그럼에도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을 연상할 수도 있는데 이제 그건 모두 옛말이다. 택시는 대중의 편의를 위한 교통 시설이 아니다. 그러한 택시는 현재 한 대도 남아있지 않다. 이 세상은 택시가 필요 없는 세상이다. 오직 정보만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택시는 고급스러운 정보 기사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즉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로 대체된 셈이다. 고학력에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외모 또한 준수하다. 이러한 정보 택시를 타기 위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고객은 어디서든 손을 흔들면 원하는 장소에 안전하게 도착하며 고급 정보를 들을 수 있다. 그 과정에 실시간 투자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 또한 차등 지급된다. 많은 돈을 가진 자일수록 보다 성능 좋은 차에 고급스러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은 이제 고급 정보를 들을 수 있는 택시를 탈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계층 차이를 드러냈다.

택시 기사들의 퀄리티가 훌륭한 반면 버스 기사는 모범수들이 운전한다. 교통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안전하고 성실하게 이행해야 석방이 된다. 모범수들은 운전을 하면서 대인 관계를 향상하고 양보와 희생을 배운다. 만약 사고라도 치는 날에는 그날로 사라지는 거다.



 개를 유기하는 사람은 똑같이 어딘가에 버려지는 벌을 받는다. 뿐만이 아니라 버려진 개처럼 쇠창살에 갇히기도 하고 그렇듯 버린 사람들끼리 모아져 외로움을 호소하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사람을 그리워하고 누군가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그나마도 구원을 받지 못하는 최고의 형벌을 받는다. 그렇게 모든 생명을 등한시하는 사람에게는 무시무시한 형벌이 기다린다. 자신이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고 동물처럼 살기를 작정하지 않고는 그렇듯 엄청난 죄를 짓고 사는 사람은 없어졌다고 봐도 된다.


 

 나이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세상에 누가 먼저 태어났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은 신체 나이순으로 일한다. 노인들은 자신들을 노인취급받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서 도태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치열하게 자기 관리에 힘쓴다. 건강한 생활은 필수이며 자신에게 불필요한 암 유전자 따위는 애초부터 싹을 자르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아무리 청소년이라 해도 신체 나이가 젊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런 만큼 의학도 발달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대체의학이 발달했다. 의사들은 더는 외과 시술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장 미개하고 무식한 방법이었음을 이미 서양에서 인정하였고 동양의 침술이라든가 뜸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보다 자연 치유법을 더 우선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인간들의 마인드가 달라졌다. 사지가 멀쩡한 것이 온전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다리 하나가 없어도, 그러한 것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커다란 불편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로 사회 시설이나 시선이 편리하고 관대해졌다.


가장 획기적인 것은 아기 공장이 생겼다는 다. 무수히 많은 논란 끝에 검증받은 아기 공장은 혁명과도 같았다. 그로 인해 인간은 더는 혈통에 대한 보존 의식이라든가, 불필요한 모성애 따위를 갖지 않아도 되었다. 아기는 선택에 의하여 양육될 뿐이었다. 물론 육아에 관심이 많고 개인의 선택에 따라서 얼마든지 많은 아기를 구매해서 키우고 보살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아기 공장이 생김으로 인해서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훨씬 많았다. 인간이 소외감을 덜 느끼게 되었고 양육에 대한 부담도 덜었으며 보다 박애주의 사상이 진보하였다. 물론 그런 아기를 유기하거나 괴롭히면 어떤 벌을 받는지는 말 안 해도 짐작이 갈 거다. 그러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인간적이고 정의롭고 상식적으로 변해갔다.


 

또한, 대통령은 사회의 혁혁한 공이 있거나, 능력 있는 인재를 미리부터 선출해 둔다. 2년 제로 임기를 보며 탁월한 기량을 보이면 연임을 할 수 있으며 기한이 끝나면 순서대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된다. 서로 견제도 하고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그보다 더 합리적인 제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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