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카족 난민에서 최고 슈퍼모델이 된 알렉 웩
딩카족은 세계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큰 민족 중 하나이다. 나일강 근처의 넓은 지역에 거주하며 목축업과 농업을 중심으로 생활해 왔다. 여성도 큰 편이지만 남성은 평균 키가 190센티미터나 되는 데다 얼굴은 작고 팔다리가 긴 특징이 있다. 기독교적 관점으로 이들은 함의 후손 그중에서도 함의 아들들 중 하나인 쿠시(Cush)의 후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아프리카 사람들은 쿠시와 연관이 있으니까 색다를 건 없어 보인다.
그건 그렇고 딩카족은 외부인 그러니까 서구인들에 의해 불리기 시작했는데 기원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딩카족은 자신들을 무녜장 혹은 조나왕이라고 불렀으며 이는 딩카어로 강인한 사람 혹은 용감한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자신들의 독특한 체형과 문화 방식 등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깃든 이름이다. 그래서 만나면 딩카보다는 조나왕이라고 불러줘야 할 것 같다.
여하튼, 딩카족의 뿌리는 수단이지만 현재는 남수단에 집중되어 살고 있다. 남수단은 2011년 수단에서 따로 떨어져 독립한 나라로 세계에서 가장 새로운 국가에 속한다. 태초부터 하나님께 버림받아 아프리카 지역으로 쫓겨나고서도 19세기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영국과 이집트의 식민지로 지내다 1956년 독립을 하였지만 내분은 끊이질 않았다. 국내처럼 남북 갈등이 심각했지만 이들의 갈등은 종교에서 비롯되었다. 북부 이슬람 아랍계 중심 정부와 남부의 기독교 및 토테미즘 신앙을 따르는 민족 간의 갈등은 내전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두 나라가 반으로 쪼개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 국면에서 숱한 난민이 생겼고 그런 와중에도 억세게 운이 좋은 한 여성이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슈퍼모델 알렉 웩이다.
알렉 웩은 1977년 4월 16일 수단에서 태어났다. 태어나서 어린 시절 내내 내전으로 인해 집 밖에 나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고 많은 식구들과 함께 집 앞마당에서 야채와 곡물 그리고 가축을 기르며 총을 피하며 살아야 했다. 당시 어린 여자 아이가 집 밖에 나간다는 것은 강간이나 납치 그보다 더해 죽음을 피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결국 1991년 14살이 된 그녀는 언니와 함께 나라를 탈출하였고 난민이 되어 영국의 난민 보호 시설에 거주하게 되었다. 그렇게 영국인이 되었다.
전쟁통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것만 해도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1995년 영국의 거리를 걷던 그녀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모델 에이전트의 눈에 띄면서 모델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알렉 웩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한 삶을 살았을 테지만 당시 시대는 전형적이고 완벽한 미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인종, 외모 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대두될 무렵이었다. 그러한 시대상에 가장 빛나는 흑진주가 바로 알렉 웩이었다. 그녀는 점차 대형 에이전트에 포착되었고 1997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포토그래퍼 스티븐 마이젤은 그녀와 함께 미국 보그를 찍었고 얼마 후 미국판 엘르 표지를 장식했다. 그의 얼굴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중요한 순간이었다.
알렉 웩은 앞서 활약한 흑인 슈퍼모델 이만이나 나오미하고는 확연히 다른 콘셉트의 모델이었다. 피부는 그야말로 검정에 가까웠고 이목구비는 미를 논할 수 없을 만큼 추녀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그녀는 딩카의 후예답게 키가 크고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가뜩이나 미의 기준을 깨고 싶어 했던 실험정신이 강한 비비안 웨스트우드 같은 디자이너는 그녀를 런웨이에 독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활약할 수 있게 기반을 다져 주었다.
외모의 다양성을 인정한다고는 해도 알렉 웩은 냉정하게 예쁜 모델은 아니다. 그녀의 등장이 그리고 그녀가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활발하게 활동하게 된 것이 새로운 미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하는 가운데 그녀의 외모는 새로움을 넘어 넘치는 자신감 그리고 남다른 카리스마와 인상적인 표현력으로 업계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또한, 배고프고 고통받던 경험이 있던 그녀는 자신의 성공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치 있게 쓰고자 인도주의적 가치와 실천으로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다. 현재 그녀는 결혼하지 않았고 이탈리아 출신 사업가 리카르도 살라와 현재까지 12년 넘게 교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